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2년물 국채 수익률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를 돌파했고 5년물 금리는 이례적으로 30년물을 역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7월 ‘빅스텝’ 예고까지 겹치며 유럽에서는 국채금리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6bp(1bp=0.01%포인트) 급등한 3.07%에 장을 마쳤다. 하루 상승 폭으로는 2009년 이후 최대이며 종가 폭도 2008년 6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기준금리 동향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물·5년물 등 단기국채금리가 급등했다. 5년물 국채금리는 19bp 올라 3.25%를 기록, 3bp 오른 데 그친 30년물(3.19%)을 앞질렀다. 채권은 통상 만기가 길수록 이율이 높지만 5년물이 30년물보다 금리가 높은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다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 채권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3.16%로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일 기준 한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3.50%로 격차는 0.34%포인트에 불과했다. 올 초까지 만해도 격차는 0.7%포인트였지만 절반으로 줄었다. 원금을 떼일 염려가 더 적은 미국 국채가 이자까지 더 많이 주고 있으므로 국내에서 외자가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2012년 재정위기의 장본인인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의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이들 나라는 코로나19로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서면서 부채가 크게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ECB가 기준금리를 11년 만에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 투자자들이 이들 나라 국채를 팔아치우며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10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3.76%에 장을 마쳐 2014년 1월 이후 8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스페인은 2.77%로 2014년 7월 이후 제일 높았으며 그리스는 4.36%를 기록하며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 국가부채가 많은 나라들이 고공 행진하는 국채금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앙투안 부벳 ING 선임 금리전략가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면서도 “만약 이탈리아와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 격차가 2.5%포인트에 도달하면 ECB에도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독일과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간 수익률 격차가 커지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불안정도 커진다는 신호다. 10일 이 격차는 2.25%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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