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총기 규제와 관련한 입법 협상을 타결했다.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이제는 정말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 라는 국민적 여론이 커지며 그간 총기 규제 의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양 당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2일(현지 시간) 상원 의원 20명이(민주당원 9명·공화당원 10명·무소속 1명)이 총기 규제 법안의 기틀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상원 측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의 헌법상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생명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 안에는 '레드플래그(red flag)법' 촉진과 함께 18~21세 총기 구매자에 대한 엄격한 미성년 범죄 이력 조사, 학교 안전 및 정신 건강 프로그램 강화 방침 등이 포함됐다. 총기 대리구매(straw purchase)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레드 플래그 법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대해 총기 소유 금지를 법원에 청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워싱턴 DC 등 미국 19개 주에서 레드 플래그 법이 시행되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합의안은 레드 플래그 법을 시행하는 주에 인센티브를 주고, 다른 주도 유사한 법안을 채택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에 민주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했던 총기 구매 연령 상향(현행 18세→21세)이나 공격용 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은 합의안에서 제외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필요한 조치가 모두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걸음으로, 수십 년 내 의회를 통과한 가장 중요한 총기 안전 법안이 될 것"이라면서 "초당적 지지가 있는 만큼 상·하원에서 법안 처리를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협상에 총기 규제 관련 입법을 저지해왔던 공화당 상원의원 일부가 참여한 만큼 미국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체 의석 100석 중 공화당이 50석을 차지한 현재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뚫고 총기 규제 관련 입법을 진행하려면 60표 이상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공화당 의원이 최소 10명은 찬성해야 하는데 그 숫자가 확보된 것이다.
로이터는 “2012년 코네티컷 초등학교 총기 대학살 사건 이후 의회에서 추진된 총기 개혁 중 가장 많이 진전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민주당이 안정적인 다수를 확보한 하원에서는 그동안 여러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이 처리됐으나, 이들 법안의 입법은 공화당의 반대로 상원에서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뉴욕주 버펄로에서 흑인을 대상으로 한 총격에 이어 불과 며칠 뒤에는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초등학교 총기 참사’가 발생하자 미국 전역에서 총기 규제 입법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BBC는 이날 발표된 초당적 합의에 대해 “총기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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