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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복합위기와 경쟁당국의 역할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함께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세계은행은 당초 4.1%에서 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4.5%에서 3.0%로 확 낮췄다. 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에서 2.7%로 낮추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4.8%로 확 올렸다.

지금의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 봉쇄에 따른 공급망 붕괴, 원자재와 곡물 가격 상승 등 복합적 이유 때문이다. 다양한 요인이 얽히고설켜 해결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덩어리 규제와 복합 규제 혁파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연말까지 식용유 등 수입 식품의 관세를 유예하고 유류세 등 세금을 인하하기로 했다. 투자 족쇄를 풀고 장바구니 물가를 잡는 데 너나없이 모든 부처가 나서야 한다. 위기 극복 노력에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경쟁 당국이 기업들을 겁박하고 팔을 비트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나서서 물가를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성공할 수 없으며 부작용만 초래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 경쟁 당국이 해야 할 역할은 미래 먹거리 창출에 족쇄가 되는 경쟁 제한 규제 혁파에 앞장서고 담합을 통한 가격 인상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경쟁 당국은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독과점 시장은 경쟁 압력의 부재로 혁신 유인이 약화되고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경쟁 시장으로 변모시켜야 하는 이유다. 정부 규제로 시장 진입이 좌절되거나 자유로운 사업 활동이 제약돼 시장구조가 왜곡된다면 눈을 부릅뜨고 혁파해야 한다.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도 감수해야 한다. 덩어리 규제와 복합 규제는 경쟁 제한 규제이므로 규제 혁파에 경쟁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담합을 통한 가격 인상은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사업자의 배를 불리는 뻔뻔한 행위이므로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에 따른 비용 상승은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혁신과 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제고로 상승분 일부를 자체 흡수해야지 담합으로 소비자에게 모두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 해외발 가격 상승을 기회로 작당해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한다. 경쟁 당국이 적극 나서서 담합을 엄단하겠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줘야 하고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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