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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가 어떻게 사치품이냐"…45년째 개소세 물리는 정부

[정상화 시급한 누더기 세제]

<4·끝> 시대착오적 세법 이제는 바꾸자

국민 절반 소유에도 사치재 간주

승용차 개소세, 도입 목적 벗어나

세금감면 반복으로 신뢰성도 흔들

주식거래·종부세에 부과 농특세

세목별 다른 고가주택 기준도 논란

"국민 부담만 키워…과감히 개편을"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 임시 주차된 기아 신차. 연합뉴스




현실과 동떨어진 세금이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도입 당시에는 필요했고 옳았더라도 시간이 흘러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면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지만 방치된 채 국민 재산을 갉아먹는 이른바 억지 세금이 적지 않다.

국민 절반이 소유한 자동차를 사치재로 간주해 부과하는 개별소비세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서민의 재테크 수단이 된 주식 거래에 붙는 농어촌특별세도 세제 개편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2507만 180대(지난 1분기, 국토교통부 기준)에 이른다. 인구 2.06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이 자동차를 개소세(법정 세율 5.0%) 부과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개소세는 사치성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품목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소위 ‘사치세’로 불린다. 세목이 신설된 1977년 등록 자동차 수는 28만 대로 국민 130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던 시대였다. 당시에는 자동차를 사치재로 간주할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사치재 성격이 강한 차종은 개소세 부담이 없거나 비교적 작은 실정이다. 레저용 자동차로 인기를 끄는 픽업트럭은 화물차라는 이유로 개소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개소세법 시행령에 따라 개소세는 승용차(전기차 포함)에만 붙기 때문이다. 수입 승용차에 대한 개소세 부담도 더 적다. 국산차는 출고 가격, 수입차는 수입 신고 가격이 과세 표준이기 때문이다. 즉 국산차는 제조비뿐만 아니라 판매 관리비와 영업 마진까지 포함되는 금액에 개소세율 5%가 부과되지만 수입차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판매 관리비와 영업 마진이 포함되지 않는 제조원가에 해당하는 수입 가격에만 개소세율 5%가 붙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동차 개소세 인하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것도 조세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2018년 말부터 자동차 개소세율을 5%에서 3.5%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는 1.5%로, 같은 해 하반기부터 올해 말까지는 3.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불가피한 자동차 개소세를 정부가 폐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세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개소세수(약 9조 2487억 원)에서 자동차에서 거둔 세수는 8385억 원으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취득세와 자동차세·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자동차 구매와 보유·운행 등 전반에서 세 부담이 이미 과한 상태”라며 “일부 고가의 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는 필수품이 된 만큼 개소세 인하를 통해 세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세액과 종합부동산세액에 붙는 농어촌특별세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주식 매도 금액(코스피 기준)의 0.15%, 종합부동산세액의 20%가 농특세로 들어간다. 농어촌특별세는 농어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농어민에게 나눠주자’는 취지로 1994년 도입됐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될 당시인데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거두자고 했던 것이 지금껏 이어져 왔다. 특히 여기에는 증권 거래와 부동산 소유를 부자들의 ‘전유물’로 보는 시각도 반영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커진 관심으로 주식이 서민들의 재테크 수단이 된 지금 여전히 주식 거래를 부자들의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가파른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액 자체가 늘어난 상황에서 농어촌특별세로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21년 기준 농어촌특별세수는 8조 9000억 원으로 전체 국세 대비 2.6%에 달한다. 징수액은 2019년(3조 9000억 원)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었다.

이외에도 고가 주택에 대한 기준이 세목마다 달라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는 지난해 말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실거래가 12억 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고가 주택의 기준 금액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종부세에서 고가 주택 기준은 11억 원, 부동산 중개 보수 최고 요율에 적용할 때의 고가 주택 기준은 15억 원이다. 한 국책연구원은 “고가 주택 기준은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정치권의 논의를 통해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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