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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부터 홀로코스트까지…소극장서 떠나는 독일여행[리뷰-연극 ‘클럽 베를린’]

배우·제작진의 베를린 여행경험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

CJ문화재단 지원으로 무대 올라

연극 ‘클럽 베를린’의 한 장면. 사진 제공=CJ문화재단




2018년 7월 무렵 한 달 가량 독일 베를린 일원을 여행했던 이들이 있었다. 베를린은 세계 각지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곳이라 클럽 문화로 유명하다. 작가 겸 배우 박동욱, 연출가 박선희, 드라마 ‘미생’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전석호 등은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화려한 풍경의 클럽 문화를 밤새 즐기겠다는 포부를 품고 한 클럽의 문을 연다. 하지만 정작 들어간 곳에는 베를린 사람들 대신 똑같은 여행객만 가득했을 뿐, 헛다리만 짚었다. 이렇게 여행은 계획대로만 되는 법이 없다.

지난 달 26일부터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클럽 베를린’은 이들이 베를린 일대를 여행하며 직접 겪은 경험을 풀어낸다. 박선희 연출가와 출연진은 이미 ‘인사이드 히말라야’, ‘인디아 블로그’ 등 함께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한 연극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 왔다. 이번 공연은 2019년 한양레퍼토리에서 열린 낭독극 ‘베를린 어게인’이 시초로, CJ문화재단의 연극·뮤지컬 창작자 지원 사업 ‘스테이지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캐릭터는 모두 배우들 각자의 개성과 사연을 녹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더블캐스팅 중 누가 무대에 오르느냐에 따라 공연의 내용이 달라진다.

연극 ‘클럽 베를린’의 한 장면. 사진 제공=CJ문화재단


간단히 여행지 배경의 연극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작품은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에서 여행지에서 생긴 일들을 말하면서 풀어가는 콘셉트다. 출연진은 연극 시작 전부터 나이트클럽 웨이터들이 영업하는 양 객석 관객들에게 명함을 돌리는가 하면 DJ처럼 곡을 리믹스하며 흥을 돋운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무대 곳곳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다양한 경험을 들려준다. 실제 여행하면서 촬영한 영상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이들은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유소년 축구 코치를 만나서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이 한국에 왜 졌는지 물어보는가 하면, 매진된 공연을 보기 위해 독일어로 쓴 팻말을 들고 극장 앞에서 티켓을 구하기도 한다. 공연 중간 뮤지컬처럼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여행의 독특한 분위기를 수시로 환기한다.

하지만 코미디 클럽 콘셉트라고 해서 여행의 즐겁고 가벼운 면만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연극은 독일의 어두운 역사를 언급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극중에서 박동욱은 유대인 수용소에 끌려간 에밀리를 기다리는 독일인 한스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꾸며내는데, 이 서사가 출연진의 여행기와 엮이면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이 방문했던 아우슈비츠, 뮌헨 다하우, 작센하우젠 등 나치 독일 당시의 수용소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라는 명제를 마지막에 꺼내놓는다.



‘클럽 베를린’은 여정을 마무리하며 베를린 여행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여행이 어려워진 시대, 이렇게라도 여행에 대한 갈증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공연은 19일까지.

연극 ‘클럽 베를린’의 한 장면. 사진 제공=CJ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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