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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韓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민간 활력 키우고 규제 혁파 서둘러야”

◆강삼모 한국국제금융학회장(동국대 교수)

글로벌 긴축에 악재만 쌓이는 미증유 ‘복합 위기’ 닥쳐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등 선제적 시장 안정대책 내놓고

LTV 풀되 DSR 규제 유지해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해야

금산분리는 과도한 규제, 대기업의 금융 진출 논의 필요

강삼모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이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에 저성장과 고물가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며 “정부는 투자 심리를 살리기 위한 시장 안정 대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축 공포로 휘청이고 있다.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본격 나서면서 지구촌 경제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악재들이 동시다발로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인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에 저성장과 고물가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면서 “정부는 투자 심리를 살리기 위한 시장 안정 대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위기 극복의 열쇠는 민간의 경쟁력과 활력 회복에 있다”면서 “무엇보다 기업 투자를 북돋우고 규제 혁파를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발작 수준의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 유가·곡물가 급등까지 겹쳐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에 나서면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악재만 쌓이는 미증유의 ‘복합 위기’가 닥친 셈이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한층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6%로 당초 예상과 달리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공포를 안기고 있다. 우리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에 따른 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세계 경제 침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 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해 금리 조정 시점이 늦어진 점은 아쉽다.

-신흥국 시장이 급격한 자본 유출로 금융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데.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신흥국마다 통화가치가 추락하고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정상화 시점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는 사실이다.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려야 하는데 상황이 꼬인 것이다. 특히 한국은 해외발 충격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고 과거에 외환 위기를 겪기도 했다. 현 수준에서 위기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심각하게 염려해야 할 처지다.

-무역수지 적자 행진에 이어 연간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식량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무역수지는 78억 달러 적자인데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질 것이다. 심각한 사안은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다. 올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는데 이는 24개월 만의 경상수지 적자다. 당국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각해지고 유가가 더 오르면 대외 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제로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는 등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주가 하락 폭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한국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고 나갈 때 규제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때 한국에서 먼저 자금을 빼간다. 한국 증시가 ‘외국인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 논란을 빚은 공매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공매도를 세게 규제하면 투자 자금 유입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규제가 있다면 이를 조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 위기와 유사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외환보유액이 4500억 달러에 이르는 데다 은행과 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단기 부채 비중이 낮아지는 등 건전한 부채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당국의 감독도 한층 강화됐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에너지·식량 가격이 폭등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된다면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5월 기준으로 4477억 달러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을 9000억 달러로 권고하기도 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당시에도 외환보유액이 2600억 달러였지만 대외 충격이 발생하자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기회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게 바로 통화 스와프다. 환율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 스와프를 최대한 빨리 맺어야 한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최우방 국가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한일 간 통화 스와프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재정 정책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 적자가 빠르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재정 구조가 가장 안정적인 나라였다. 우리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17년 36%에서 올해 약 49%로 치솟게 된다. 절대적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지만 증가 속도는 주요국 중 최상위권이다. 이대로 가면 5~10년 안에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은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마저 불가능하게 됐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최악의 상황이다.

-해외발 요인이 많아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 아닌가.

△사실 뾰족한 수가 없다. 일단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있으며 외환시장에서도 구두 개입과 실제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기에는 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금융 위기는 심리적 요인으로 촉발되는 경우가 많아 심리적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한미 통화 스와프 등 시장 안정 대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민간 투자와 소비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과감히 규제를 풀고 구조 개혁을 단행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빨리 풀어 건설 경기라도 살려야 한다. 경제 워룸이나 비상대책회의 같은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금융 부실을 막기 위한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지해 가계 부채 문제를 관리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 외국도 LTV는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부동산 폭등을 잡겠다고 LTV를 과도하게 규제해 능력 있는 젊은 세대의 주택 시장 진입을 막은 측면이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까지 지원하는 바람에 부실 채권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세금만 들어가고 국가 부채도 늘어난다. 그나마 집권 초기가 구조조정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도 1년 10개월가량 남았으니 지금이 아니면 구조조정은 불가능할 것이다.

-새 정부 금융·외환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미세 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무리하게 방향을 바꾸려 한다면 외환보유액이 쉽게 고갈될 수 있다. 가계 부채도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히 관리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특히 소득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듯이 대출해주는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 금융사들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금융사들은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챙기고 대출도 담보 가능한 대기업 위주로 한다. 이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적격 심사 능력을 키워야 한다. 벤처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금융 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국지수 편입 문제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현재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된 우리나라가 MSCI 선진국지수에 새로 들어가면 해외 투자 자금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심야에 시장에서 투매가 일어나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 MSCI에 편입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규제가 많다는 해외 금융사들의 지적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금산분리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산분리는 한국만의 과도한 규제 조치로 봐야 한다. 재벌이 금융 산업까지 소유하면 지나치게 강력해진다고 해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하게 막은 측면이 있다. 이러다 보니 금융 산업 규모가 너무 작아지고 경쟁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대기업의 금융 산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관치 금융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많은 금융사들이 사실상 공기업처럼 움직이면서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 선진국처럼 최고의 금융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He is…

1967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대원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2005년부터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현대중공업 외환정책 자문위원,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과 한은 금융안정국 자문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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