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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추억…여당이던 민주당, 야당돼서 또 왔네[정상훈의 지방방송]

<19>충남 예산…4년 만에 다시 찾은 민주당

2018년, 이해찬 ‘20년 집권플랜’…靑 방문도

2022년, 이재명만 남아…세대교체몸짓 꿈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지난달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4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얘기가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 워크숍 얘깁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남 예산 한 리조트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4년 전인 2018년 8월 민주당이 정기국회 개의를 앞두고 국회의원 워크숍을 했던 곳과 같은 장소였습니다.

4년 전 취재 왔던 민주당 워크숍을 기억합니다. 그때도 올해처럼 궂은 날씨였습니다. 올해는 궂은 날씨를 넘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예산이지만 민주당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4년 전엔 여당이었지만, 이번엔 야당이라는 점이었습니다.

2018년 8월31일 충남 예산 한 리조트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워크숍 모습. 공교롭게도 4년 후 야당이 된 민주당은 같은 장소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다. / 연합뉴스


2018년 승승장구 민주당…워크숍 후엔 청와대 찾기도


4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같은 해 6월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무려 14곳을 석권했습니다. 지선과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후보를 낸 11곳에서 모두 승리하며 의석수를 130석까지 늘렸습니다. 원내 1당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정국 주도권까지 확보한 상황이었습니다.

지선 승리 직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선 당시 친문 핵심이었던 이해찬 의원이 ‘20년 장기집권 플랜’을 앞세워 당대표가 됐습니다. 박주민·김해영 등 젊은 정치인들이 지도부에 입성했던 전대였습니다. 이 대표는 ‘강한 민주당’이라는 슬로건 못지않은 강한 리더십으로 불과 일주일 만에 당을 접수했습니다. 워크숍은 이 대표 취임 이후 치러진 첫 공식 행사였습니다.

당시 워크숍을 정리할 수 있는 한 단어는 ‘원팀’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원팀이라는 정신으로 당을 잘 운영해 좋은 성과를 내고 문재인 정부의 뒷받침을 잘 하도록 당을 운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만의 원팀을 넘어 당정청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그런 ‘원팀’을 이 대표는 주문한 셈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 측 인사들도 대거 예산을 찾았습니다. 강경화(외교부)·조명균(통일부)·박상기(법무부) 장관 등 대다수 국무위원들이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야당의 반대로 임명 절차가 미뤄졌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도 함께 했습니다.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열공 모드’로 화답했습니다. 물론 여당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지, 이 대표의 강력한 카리스마 때문인지는 여전히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원팀’ 행보의 하이라이트는 워크숍 마지막 일정이던 청와대 방문이었습니다. 최초의 당정청 전원회의가 열리던 순간이었습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곧 민주당 정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도 “공동운명체로서 일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원팀’ 행보에는 집권 2년차 여당의 ‘딜레마’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지선과 전대를 거치면서 내부분열 전조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치열한 당권 경쟁 과정에서 당내 최대 조직인 친문의 분화 조짐마저도 보였습니다. 자칫하면 과거 열린우리당의 실책을 반복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됐습니다. 이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장악하면서도 ‘탕평’ 인사에 초점을 맞췄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2년 ‘기승전 이재명’…같은 옷 맞춰 입고 ‘동상이몽’


다시 달력을 2022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4년 새 민주당의 몸집은 130명에서 170명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마저도 180명에서 줄어든 것입니다. 170명 의원 중 155명이 예산을 찾았습니다. 이 인원만으로도 법안 통과가 충분히 가능한 규모입니다. 워크숍 장소를 4년 전과 같은 곳으로 잡은 이유도 이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이곳뿐이었기 때문이라 합니다. 하지만 몸집만 커졌을 뿐, 민주당 내부는 분열과 갈등으로 곪아 있습니다. 지선 패배 이후 당 재건 역할을 맡은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예정에 없던 워크숍을 연 이유이기도 합니다.

키워드는 여전히 ‘원팀’이었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민주당의 상황 때문입니다. 친명, 친문, 처럼회, 더미래, 더민초, 민평련, 민주주의4.0 등 민주당 내 계파와 모임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꼽자면 한 손가락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인지 4년 전에는 기본적인 드레스코드만 맞췄다면 이번에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이 감도는 ‘카라티(옷깃 티셔츠)’를 맞춰 입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팀’ 정신은 엉뚱한 곳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모두의 관심이 단 한 사람에게 쏠렸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재명 의원입니다. 계파, 팬덤, 당권, 책임. 워크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의 중심에 이 의원이 있었습니다.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 설훈 의원은 자유토론에서 공개적으로 이 의원을 향해 전대에 나가지 말 것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분임토론의 한 조가 된 것이 이번 워크숍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된 것도 씁쓸한 부분이었습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의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속 얘기를 풀 수 있도록 분임토론 자리를 기획했지만, 다른 조에서도 토론의 중심에는 이 의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선에서 낙선한 양승조 전 충남지사가 임기 말 본인의 지역을 찾은 친정 식구들을 찾아 인사했지만 이를 아는 취재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양 전 지사도 의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인 채 조용히 워크숍 장소를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워크숍 다음날의 행보는 민주당이 야당이 됐음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참석자 모두가 청와대를 찾았던 4년 전과 달리 원내지도부는 국회를 다시 찾았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정상화를 위해 법사위원장 양보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나 야당이 된 민주당은 이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다른 의원들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7월 지방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역위원회별로 워크숍 자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대패한 지선이었지만 그래도 당선자들은 있었기에 지역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의원들은 이들을 격려하러 가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강병원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97그룹의 당권도전…워크숍 효과?


‘기승전 이재명’으로 끝난 워크숍 같았지만 이후 변화도 없진 않은 모습입니다. 무엇보다도 홍영표 의원이 전해철 의원에 이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큽니다. 특히 홍 의원은 워크숍에서 이 의원을 향해 동반 불출마를 제안한 만큼, 이번 불출마 선언은 이 의원을 향한 압박으로도 읽히는 대목입니다.

이인영 의원도 후배 세대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행보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28일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등 이른바 ‘97그룹’이라 불리는 1970년대생 재선의원들을 불러 아침식사를 함께 하면서 행동할 것을 주문한 것입니다. 이후 강병원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전대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강훈식 의원도 3일 출마선언을 합니다. 박주민·전재수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전대 출마를 선언한 ‘97그룹’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표현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강병원 의원은 “워크숍에서 다수 의원들이 (이재명 불출마) 의견을 밝혔다. 우리 당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분들은 많은 의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의원을 겨냥했습니다.

나아가 박용진 의원은 워크숍이 전대 출마 결정의 중요한 계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의원은 출마 기자간담회에서 “워크숍 때 보니 민주당 의원님들의 눈빛도 말씀도 달라지셨다. 의원들이 몸부림 쳐야 당이 살겠구나 그런 얘기들을 하셨다”며 “(이를 보고) 당이 변할 수 있겠구나, 나도 몸부림을 쳐야겠다, 무엇 하나 보장된 것 없는 길이지만 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97그룹’뿐만 아니라 지선 패배 이후 잠행을 이어오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출마의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당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셈입니다.

이 의원은 여전히 ‘로 키(Low-Key)’입니다. 의원, 당원, 지지자 등 여러 계층의 의견을 들으면서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쟁자들 모두가 불출마를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만이 답은 아닐 것입니다. 이 의원이 워크숍에서, 그리고 민생 현장에서 들은 여러 얘기들이 모여 새로운 이재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대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워크숍 이후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민주당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 결과는 오는 8월28일 전당대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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