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00만 원.’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유학생 시절 예창완 카사 대표에게 부동산은 말 그대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거주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싼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른 빈부 격차를 해소할 방법을 고민하며 창업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예 대표는 “누구나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실제 투자하는 사람들은 고액 자산가나 기관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주식처럼 누구나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은 왜 없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카사 서비스는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출범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는 대도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대중화하는 것이 목표다. 오피스와 호텔·물류센터 등 빌딩 지분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해 이를 손쉽게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댑스) 거래소도 운영한다. 투자자는 임대 수익에 따른 배당금, 댑스 거래에 따른 차익, 투자 건물 매각 차익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했다. 컴퓨터 사이언스 학위를 받은 그가 전공과는 거리가 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에 선뜻 나설 수 있었던 이유다. 예 대표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 규모는 최근 몇 년간 매년 20조 원을 넘었고 지난해 한 해에만 21만 건이 거래됐다”며 “이런 측면에서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장기적인 안정성은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상업용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주목 받으면서 카사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카사 출범 이후 현재까지 누적 기준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건수는 34만 5000건, 회원 수는 17만 명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거래소에서는 하루 평균 5000만~2억 원 규모의 댑스 거래가 이뤄진다.
예 대표는 “시가총액 대비 하루 거래 금액인 1일 회전율은 최근 1년간 0.24%로 부동산 리츠에 비해 0.1%포인트 정도 높은 편”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공모 건물이 늘어나면 유동성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의 규제에 대해서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카사는 2019년 5월 금융위원회의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되면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이 제한됐다. 이로 인해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투자 대상 상업용 부동산 위치, 공실률, 향후 가치 상승 요인 등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예 대표는 “샌드박스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회를 통한 투자자 모집, 중개인의 상품 소개 등의 활동이 차단됐다”며 “우리 상품을 이해하고 투자를 결정하고 싶어 하는 수요를 고려할 때 3년 전 적용했던 규제가 지금도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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