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죽는 날만 기다리는 심정”…기후우울증 호소하는 요즘 사람들[지브러리]

‘기후우울증’은 불안정한 날씨를 보며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

나이가 어릴수록 기후우울증을 더 겪을 수 있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 앞으로 더 늘어날 것









“작년쯤부터 산불도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정적인 뉴스를 보며 무력감을 많이 느꼈어요”

요즘 날씨를 보며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를 보며 우울감, 무력감,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한 두 사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기후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날씨를 보고 든 부정적인 감정, ‘기후우울증’입니다.


기후 불안(Climate anxiety), 기후 슬픔(Climate grief), 생태불안(Ecoanxiety)으로도 불리는 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은 실제로 존재하는 우울장애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불안, 우울,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외쳐도 달라지지 않는 사회를 보며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미지투데이


기후우울증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영국 배스대 등 6개 대학이 10개국의 만 16~25세 청년 1만 명을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 이상은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공기오염 물질이 정신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심리학회(APA)는 학술지 ‘발달심리학’을 통해 오존농도가 높을수록 청소년 발달 전반에 걸쳐 우울증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음을 발표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기후우울증을 더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기후우울증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인류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NASA 기후과학자 피터칼머스(Peter Kalmus)는 지난 4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우리는 이 끔찍한 재앙을 마주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무시당했고, 사람들은 전세계 사람들을 무시해왔다. 이젠 멈출 수 없고 모든 걸 잃고 말 것”이라며 “과학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떤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피터 칼머스가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JP모건체이스 건물 앞에서 기후 위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트위터(@CatrinEinhorn)


과학자들이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다. 극심한 기후우울증은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농부가 대표적인 집단으로, 농부의 주요 생계수단인 농작물은 기후에 따라 생산량과 품질이 크게 변한다. 따라서 흉작이 들면 농부의 우울증은 극대화되는데,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흉작이 계속되자 지난 몇 년간 기후우울로 인한 농부의 자살률이 증가했다. 2017년 7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 30년 동안 인도 전역에서 5만 9000명 이상이 자살했다고 추정했다.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하면 인도 전역에서 67명이 추가로 자살한다고도 밝혔다.

기후우울로 인한 자살위험성이 커지는 건 비단 농부들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8월, 미국 스탠퍼드대학 등 4개 대학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2050년까지 미국과 멕시코에서 최소 9000명에서 최대 4만 명까지 추가 자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기후우울증은 이제 ‘남 일’이 아니라 ‘내 일’


에티오피아의 2021년(좌)과 2022년(우) 모습. /트위터(@defis_eu)


지난 5월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연례 기후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 내에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신건강은 기후변화와 비례해 악화되는 만큼 기후우울증은 더이상 남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며 “막대한 정보량이 분명히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젊은이들은 이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많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이 더 많을 것이다. 기후는 우리 생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