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로 치솟은 6월 CPI에서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한 항목은 ‘주거 비용’이다. 미국의 6월 주택 임대료 상승률이 198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유가 못지 않게 물가에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크게 뛰자 내 집 마련을 포기한 미국인들이 임대 시장으로 몰리면서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고공 행진하는 주거 비용이 ‘인플레이션 정점설’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 시간) 6월 주거주지(primary residence) 임대료가 전월 대비 0.8% 올라 3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상승 폭은 5.8%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주택 구매 희망자들이 임대주택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 전역에서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물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 부담이 꺾이지 않는 한 향후 물가 추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 통계가 실상보다 늦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임대료 증가세는 올해 남은 기간 CPI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규 주택 건설로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져 임대료가 정점을 찍고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관리 업체 리얼페이지의 제이 파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1973년 이래 가장 많은 83만 6000가구의 다세대 주택이 건설되고 있다”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공급 확대가 실제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1~2년가량 소요되는 데다 이들 주택 대부분이 고소득 세입자 대상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그러는 사이 임대료 상승 속도는 팬데믹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임금 인상 속도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팬데믹 이후 임금 인상률이 임대료 상승률을 앞질렀으나 최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임대료가 빨리 오를수록 연준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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