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시작에 불과한 노동계 불법 파업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선진국, 직장 점거행위 모두 불법

美·英은 징계·해고…獨선 '협박죄'

상습적 배상면제는 다른 파업 불러

드러난 손해엔 반드시 책임 물어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이 파업 시작 51일 만에 노조 전임자 대우, 노조 사무실 제공, 임금 4.5% 인상, 폐업 협력업체 근로자 고용 승계 노력 등에 대한 합의, 내년부터 설·추석 상여금과 휴가비 140만 원 지급 등을 조건으로 수습된 것으로 보인다. 고작 이 정도 합의를 위해 50일 동안이나 파업을 하고 조선소 핵심 시설을 점거해 80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쳤다는 것인가. 사태 발생 초기 적극적으로 위험 요소를 제거했어야 했다.

노동계는 이 정부의 취약한 곳을 꿰뚫어보고 있다. 강경 대응도 말뿐이라는 것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파산까지 거론했지만 노동계는 코웃음 칠 것이다. 답답할 건 없지 싶다. 그들은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까지 감안해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이에 비해 정부의 대응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전략적 인내’라는 전략도 아닌 전략으로 사실상 핵무기 개발을 방치했던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나마 ‘희망버스’ 출발 전에 사태를 수습한 것은 다행이다.

근본 원인은 원청과 하청 간의 노동시장 이중 구조다. 대우해양조선은 최근 몇 년간 원청 직원들의 급여 인상률보다 하청업체 근로자의 시간당 급여 인상률을 더 높여 계산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은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불법 파업만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노동조합법 제42조 제1항은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 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대통령령 제21조 제3호에 따르면 ‘건조·수리 또는 정박 중인 선박’에 대한 점거는 바로 ‘폭력 행위 등을 동원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옥포조선소 1도크에 건조 중인 선박 내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고 농성했다.

엉성한 이 시행령은 정밀하게 개정돼야 한다. 시행령 제21조 제6호 “기타 점거될 경우 생산 기타 주요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를 가져오거나 공익상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시설” 점거는 불법이다. 그러나 점거 대상 시설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정하는 시설’에 한정돼 있는 것은 문제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무슨 수로 모든 사업장의 ‘주요 핵심 시설’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 모든 시설을 어떻게 일일이 법령에 열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에서는 직장 점거는 모두 불법이다. 미국과 영국은 직장 점거시 징계 및 해고할 수 있고 독일은 사업장 출입 방해시 협박죄 적용 대상이 된다.

대략 2014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으로 한국 조선업은 사양길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상반기 한국 조선업이 4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수주 1위를 달성해 극적 반전을 일으켰다. 수주 1위 탈환으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증명됐고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재도약 문턱에서 발생한 이번 파업은 업계와 지역사회 및 선박 신규 수주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무형의 손해만도 수천억 원은 넘을 것이다. 드러난 손해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면책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지만 금전적 손해배상에 대한 상습적 면제는 파업의 재발을 유혹할 뿐이다. 이번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