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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혜택 주고, 기업출신 교수 활용…'휴먼 뉴딜' 시급

■팍스테크니카, 인재에 달렸다 < 2 > '한국판 만인계획' 세워라-S급 인재 확보 전략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첨단산업

석·박사급 인재 부족 현상 만성화

삼성 등 사장까지 채용현장 누벼

인원 제한 계약학과 단기처방 불과

대학 재정지원 늘려 우수교원 확보

기업은 미흡한 보상체계 개선해야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7월 8일 서울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테크앤드커리어포럼에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SDI






# 2년 전 한 지방광역시로 본사를 옮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업체 A사는 최근 수도권으로 다시 돌아갈지 고민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약속을 믿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지만 핵심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가 너무 어려워서다. 수도권의 대기업 경력 공고가 뜰 때마다 인재 이탈이 발생하고 있지만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메우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인력 이탈로 업무 부담이 몰린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회사를 다시 옮긴다고 해도 수도권에서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배터리, AI, 바이오, 자율주행·전기차 등 첨단산업계에서 차기 기술 개발을 책임질 ‘두뇌급’ 인재 부족 현상이 만성화되고 있다. 특히 석·박사 인력이 귀해지면서 대기업은 최고경영자(CEO)까지 채용 현장을 뛰어다니고 중견·중소기업은 기존 인재조차 지키기 버거워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대학 교육 개선, 인재 인센티브 강화 등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휴먼 뉴딜’로 우수 인력을 대거 양성해 미래 첨단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학과는 단기 처방, 휴먼뉴딜 절실=전문가들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현대차(00538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최근 기업들이 석·박사 인력 보충 방안으로 앞다퉈 선보이는 계약학과도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학기당 뽑을 수 있는 인력이 10~20명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교원·실험 실습 자재 확보 등의 문제가 만만찮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교육 혁신을 통한 안정적인 석·박사 인력 양성,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업과 정부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5월 대만 TSMC가 창사 최초로 직원들의 자사주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인재 채용·유지 전략 측면에서 우리 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로 꼽힌다. TSMC는 직원들 월 급여의 15~20%를 자사주 매입에 할당할 수 있게 했다. 또 구매 금액의 15%를 회사가 지원하기로 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산업 현장이 급격히 발전한 데 비해 대학은 실험·실습 시설이 노후화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에서 은퇴한 인재들을 대학으로 초빙해 확보하고 우수한 실험 실습 시설을 확충해 기업에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 대형 제약사나 유명 바이오테크,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일했던 한인 과학자 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직원들에 자사주 매입 등 인센티브 필요=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자율주행·전기차 등 첨단 기술을 앞세운 기업들의 인력 이탈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SK(034730)하이닉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해고 등 사유 없이 본인 의지로 회사를 옮긴 ‘자발적 이직률’은 지난해 3.6%에 이르렀다. 전년도 1.9%보다 1.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또한 자발적 이직률이 같은 기간 0.43%에서 0.7%로 늘었다. LG화학(051910)의 자발적 이직자 수도 2020년 284명에서 지난해 341명으로 늘었다.

석·박사급 최고급 인력 상당수는 국내를 떠나 글로벌 대기업으로 향했다는 후문이다. 한국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와 미흡한 보상 체계가 이들의 등을 떠밀었다는 평가다.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기업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해외 인재도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

인력 부족 현상은 첨단산업에서 업종을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제조사들과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매년 3000여 명)이 10년간 누적될 경우 그 수가 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형 바이오의약품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을 통해 외국 의약품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해외에서 제품을 상용화할 전문 인력은 국내 고용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필요=한국의 주력산업 관련 석·박사 인력 자체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점은 기업들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정 전공 쏠림 현상에 학령인구 감소 효과까지 덮친 까닭이다. 첨단 분야일수록 전공 자체가 어려운 데다 실험·실습 자재 여건이 열악해 학생들이 석·박사 진입을 기피하는 점도 문제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관련 대학원 학과 278곳 중 지원자가 1명도 없었던 대학원이 33곳에 달했다. 절반이 넘는 126개 대학원(57.1%)은 지원자가 10명 이하에 그쳤다.

학생 수 감소는 우수 교원의 급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학원 전임 교원 수는 2016년 8964명에서 지난해 7718명으로 13.9%(1246명)나 감소했다. 한국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초·중등학교보다 낮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미국이나 중국 기업으로 가면 훨씬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누가 국내에 와서 교수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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