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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3년뒤 나랏빚 1400兆…지출 마지노선 5%대로 묶는다

[재정개혁, 지출 조정에 달렸다]

<상>허리띠 졸라매는 내년 예산안

文 '재정폭주 5년'에 부채비율 36% → 50%대 레드라인

신용등급 강등 땐 쓰나미 위기…尹정부 긴급 '기조 전환'

부처별 예산 증가율도 1%로…"재정준칙 법제화 시급"





새 정부가 편성하는 첫 번째 예산안은 임기 내 재정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 통한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 처음 마련한 2018년 예산안에서 총지출 증가율을 7%로 설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전 박근혜 정부는 매년 4% 안팎의 지출 증가율을 유지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크게 끌어올리면서 과감한 확장재정을 예고했다. 실제 총지출 증가율은 해마다 상향 조정됐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연간 예산 증가율은 10%에 수렴할 정도로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가 첫 예산안에서 증가율 마지노선을 설정한 것은 그간의 확장 기조를 전면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년 증가율을 5%대 중반 이하로 정하면서 임기 내 5%대를 넘지 않는 선에서 나랏돈 씀씀이를 관리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정부가 재정준칙을 통해 재정수지 관리 수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예산안과 함께 발표할 ‘2023~2026년 재정운용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재정지출 계획도 내놓게 된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료는 “단기에 성과를 보이는 데 예산만큼 좋은 수단이 없는 터라 매 정부의 첫 예산을 편성할 때면 통상 지출 증가율을 높게 잡기 마련”이라며 “(현 정부도) 유혹이 만만찮을 텐데 출범 첫해부터 고삐를 죄겠다는 것을 보면 그만큼 나라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년간 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재정 상황이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7년 660조 원이던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가 진 빚 중 상환 시점과 금액이 확정된 채무)는 5년간 400조 원 넘게 늘었고 2025년에는 1400조 원을 넘기게 된다. 이와 맞물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36%에서 50%대로 높아졌다. 위험 수준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인 비(非)기축통화국의 평균 부채(54%)에 달한 상태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인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매년 복지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 여건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경우 GDP 대비 채무 비율은 2025년 61%로 현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27년에는 67.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그간의 재정 기조를 서둘러 전환하지 않으면 자칫 외화 유출을 비롯한 대외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급증한 나랏빚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내려앉기라도 한다면 급격한 외자 유출을 시작으로 경제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수지와 함께 대표적 신뢰지표인 경상수지마저 무역적자로 적자 전환할 수 있는 만큼 재정 기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고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정책적 고려도 작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7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모든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인플레이션 조절”이라며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의 적절한 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재정지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IMF의 기조와 비교하면 건전 재정의 중요성을 한 단계 더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는 저물가가 10년 가까이 이어졌기 때문에 정부 지출 확대에 부담이 없었지만 지금은 정부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자극받고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꺾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재정지출 계획을 짤 때 부양 효과가 적은 복지성 지출은 줄이고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지출을 늘리면서 총지출을 관리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부처별 예산 증가율을 전년 대비 1% 안팎으로 묶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과제 이행에 따른 추가 예산 수요를 감안해 기존 사업 지출을 사실상 동결하려는 것이다. 복지 지출 등 구조 조정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의무지출을 손보는 방안도 정부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준칙이나 페이고(PAYGO·새로운 재정 소요에 대해서는 재원 확보 방안도 함께 입법하도록 하는 것)제도 등 구속력 있는 재정 관리 방안을 도입해 정부의 재정 정상화 의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이 정부의 씀씀이를 구속하는 것이라면 페이고제도는 국회의 대규모 재정 사업을 억제하는 내용”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당장 도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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