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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이 만난 새로운 도전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박해일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박해일에게 ‘한산: 용의 출현’은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도, 경험했던 촬영 환경도 아닌 완벽히 새로운 방식의 영화 제작이었다. 모두가 영웅이라 말하는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부담감까지 어깨를 짓눌렀다. 그 수많은 고민과 도전 끝에 박해일만 그릴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의 이순신 장군이 스크린 위에 펼쳐졌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임진왜란 초기 1592년 7월 한산도 앞바다에서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명량’(2014)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이기도 하다. 박해일은 ‘명량’의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과 다른 ‘지장(智將)’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용맹스러운 모습에 집중하기 보다 강인한 무인이자 침착한 지략가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드러날 듯 말 듯 한 이순신의 모습을 단박에 세워두지 않는 방식으로 연기했어요. 전투로 시작해서 전투로 끝나는 이야기에 집중했죠. 혼자 있는 공간에서 이순신 장군의 고민들이 잘 드러나게 해야 학익진이라는 진법을 실행하게 된 계기가 뚜렷해지고 전투 장면들이 더 배가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려면 캐릭터를 좀 더 차분하게 대해야겠더라고요.”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순신 장군은 말수도 적고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 선비 같은 기질이 있는 분이었다고 해요. 무인의 기질을 가져가되 이 부분을 살리려고 했어요.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명령을 하더라도 시의적절할 때를 기다리잖아요. 그런 부분까지도 일관되게 가져가려고 했죠.”



김 감독과는 세 번째 호흡이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2007), ‘최종병기 활’(2011) 등으로 인연을 맺은 지 꽤 오래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 역은 큰 부담이었다. 김 감독의 설득 끝에 붓과 활이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판옥선 위 전투를 지휘하는 공간인 장로에 혼자 서있으면 정말 모든 게 잘 보여요. 전투 지휘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죠.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 지나가는 주민들도 저만 보고 있어요. 처음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 국민이 위인으로 숭상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니 서 있기조차 힘들고 이유 없이 부끄러웠어요.”

“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 저라는 배우의 기질을 많이 고려했던 것 같아요. 수군을 대하는 태도, 이순신 장군이 등장할 때 정서, 그리고 박해일과 이순신 장군이 가지고 있는 기질을 잘 녹여낼 수 있는 표현들이나 지문들, 대사의 질감과 상황 등 감독님이 많이 고려해 주신 부분이 있어요. 학자들은 이순신 장군이 말수도 적고 감정 표현도 안 드러나는 부분이 있고 선비 같은 기질이 분명히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무인의 기질을 가져가되 이런 부분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했죠. 서로의 의견을 가능한 많은 부분 흡수해 주신 것 같아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작품에서 박해일의 대사는 매우 적다. 대신 눈빛과 몸짓, 분위기만으로 관객을 설득해야 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항상 그림자처럼 장군의 기운이 묻어있기를 바랐다.

"적은 대사지만 임팩트 있게 한 번에 응축해서 해내야 했어요. 대사만큼 중요한 감정을 담아서 눈빛으로 관객에게 실어 보낸다든가, 호흡이나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도 하나의 대사였거든요. 드라마의 앞뒤 상황의 문맥을 감안하고 보여줘야 잠깐 등장하는 얼굴 표정 하나만으로 그 장면의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데, 그 부분에 적응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관객들이 (같은 장면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을) 어떻게 볼 지가 가장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그 부분을 항상 신경 썼어요. 그 상황에 맞는 시기적절한 감정을 운용하려고 했는데 어렵더라고요. 안 하는 것처럼 보이되 연기를 하고 있어야 했죠.”



촬영 방식도 생소했다. 해전 장면을 바다에서 촬영하지 않고 CG로 구현해낸 것. 3,000평 규모의 강원도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이 VFX 세트장으로 바뀌었다. 오랜 배우 생활을 했던 박해일에게도 첫 경험이었다.

“큰 무대 세트에서 최소한의 무대 세팅으로 하는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게 해야 했어요. 그런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낯선 것을 줄여나가면서 익숙하게 대하고자 했습니다. CG가 아무리 좋아도 배우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으면 장면이 따로 놀게 되잖아요. 그 부분을 경계했어요. 초반에 CG 팀에서 시나리오 애니메틱 스토리보드를 만들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작품 촬영을 시작한 거죠. 감독님 입장에서는 모든 스태프와 하는 하나의 짜인 대화였고 배우 입장에서는 앞으로 내가 연기해야 할 주변 배경부터 인물의 동작, 앵글에서 움직이는 것을 알려주는 지침서 같은 게 준비돼 있었던 거예요.”



도전의 도전을 거듭하며 부담감이 엄습했지만 의외로 흥행에 대한 부담은 적었다. ‘명량’이 부동의 관객 수 1위라는 것에 대한 압박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모든 도전의 숙제를 끝낸 지금이 흥행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존재를 익히 알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도 있겠지만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전 세계 제독만큼 충분히 훌륭한 제독이 조선시대에, 우리 나라에도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알리기에 충분한 작품이고요.”

“손꼽을만한 승리한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자긍심’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볼 때는 영화 자체로 스트레스 푸시고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시원한 액션 전투 영화로 즐겨주세요.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니 그 당시의 비수(悲愁), 우리나라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진지함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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