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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최대 수출국·대만은 반도체 공급망 핵심…"한쪽 편들면 산업계 직격탄"

[격랑의 동북아 <하> 미중간 선택 강요받는 한국]

韓 수출에 對中비중 30% 넘고

반도체 엮여 대만도 외면 못해

美 공급망 재편 핵심의도 파악

무역 규모 점진적으로 조정을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급격히 조정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수반됩니다.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의 편을 드는 방식을 택하지 말고 공급망이 불안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서 무역 규모의 점진적 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과 대만 간 이른바 ‘양안 관계’ 악화로 한국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이달 초 대만 방문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대만을 겨냥한 다방면의 경제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은 물론 대만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 교수는 “국내 기업인들이 어렵게 개척한 중국 시장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부처 관료들은 이미 ‘차이나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계획인 이른바 ‘칩4’ 참여 여부를 놓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안 관계 악화에 따른 물류 차질 등 대만 리스크까지 점검해야 한다. 중국은 본토에 유통되는 대만산(産) 제품에 ‘메이드 인 대만’이 표시돼 있을 경우 이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방적인 경제 조치를 단행하며 ‘대만 고립 작전’에 나섰다.



우리로서는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대중 무역적자가 석 달 연속 계속되면서 불안감이 더 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에 1629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이 6444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출 비중의 25.2%에 달한다. 여기에 홍콩과의 교역액(374억 달러)까지 대중 교역액에 합산하면 중국 수출 비중은 무려 31.0%까지 뛴다. 대미 수출 규모가 지난해 950억 달러로 전체의 14.7%를 차지했음을 감안하면 중국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한국이 1990년대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었지만 중국의 고도성장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중진국의 벽’을 돌파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대만과의 협력에 손을 놓을 수도 없다. 대만은 지난해 우리의 5대 수출국(홍콩 제외)인 데다 반도체라는 ‘전략자원’ 때문에 단순 무역액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해 242억 달러어치의 제품을 대만에 수출해 8억 달러가량의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양국 간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품목은 반도체다. 대만은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해 3위 업체인 UMC, 중저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절대 강자 미디어텍, 웨이퍼 생산 업체 글로벌웨이퍼스 등 뛰어난 업체가 많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분리돼 있는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계에서 TSMC를 보유한 대만의 압도적 위상을 감안한다면 대만과의 협력은 더욱 강화돼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강조하는 미국의 핵심 의도를 잘 파악해 대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미국이 반도체 관련 공급망 리스크를 언급할 때 많은 이들이 ‘차이나 리스크’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상 10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만 리스크’를 겨냥한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 정부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나 칩4 가입과 관련해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 측에 계속 강조하는 한편 요소수 수출제한과 같은 예상치 못한 중국의 정책에 대응해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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