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등 피고발인과 핵심 관련자들의 자택·사무실에 대한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13일 국정원 압수수색 이후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이다. 조만간 박 전 원장을 비롯해 주요 피의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박 전 원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자택, 사무실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휴대전화 등 사건 관련 증거물을 확보 중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국방부 예하 부대, 해양경찰청 등 사건 관련자들의 사무실도 포함됐다.
박 전 원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 피살됐을 당시 상황에 대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로 고발된 상태다.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 박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이 첩보 등을 토대로 ‘이씨는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라 표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전 실장은 사건 무마를 목적으로 당시 국방부 등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조작하도록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 전 장관은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 기밀 삭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로 고발됐다.
국정원 등에 따르면 이씨 사망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와 10시 두 차례 열린 관계장관회의 전후 국정원 및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 내에 기밀 정보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는 서 전 장관을 비롯해 노영민 전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당시 실종 사건을 처음 보고받은 뒤 '월북 가능성을 잘 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박 전 원장, 서 전 실장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서는 한편, 수사의 방향이 당시 청와대 윗선으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