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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곳간지기는 쌀이 덜 걷혔으면 좋겠다는데

경제부 김우보





“차라리 세금이라도 덜 걷혔으면 좋겠네요.”

내년 나라 살림을 마련 중인 예산 당국의 실무자들을 만날 때면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들어올 돈이 넉넉해야 지출 계획을 짜는 부담도 덜할 텐데 무슨 연유일까. 당국의 한 인사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곳간지기가 쌀 들어오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나. 문제는 지금의 지출 구조가 기형적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이렇다. 당국은 내년 총지출을 전년 대비 5% 늘어난 수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증가율로 따져보면 지난 정권의 절반 수준으로 씀씀이를 조였다. 세수에 맞춰 지출 규모를 정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랏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터라 수입과 무관하게 지출 한도부터 정했다.



문제는 총지출 중 상당 몫을 의무적으로 지방에 써야 한다는 점이다. 관련 법에 따라 국세의 40%는 초중고 교육을 위한 교부금 등에 쓰게 돼 있다. 국세가 많이 걷힐수록 지방으로의 지출액이 늘어나는데 총지출은 한정돼 있다 보니 결국 당국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드는 구조다. 국세 수입이 줄어야 당국의 지출 부담이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 당국은 애가 타지만 내년 국세는 올해보다 늘어날 게 확실시된다.

“내년 예산 짜기가 너무 빡빡하다”는 실무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은 몇 없다. 총지출 증가율을 예년 수준으로 다시 늘려 잡자니 우리 재정 상황을 우려하는 외인(外人)들의 시선이 전에 없이 차갑다.

남은 카드는 구조조정. 원체 구조조정 압력이 높은 터라 당국은 모든 예산 사업을 구조조정 도마 위에 올렸다. 그중에는 취약 계층의 생계를 겨우 지탱해주던 복지 사업, 구직난에 허덕이는 이들의 숨통을 틔워주던 지원 사업 예산도 담겨 있다. 국세가 덜 걷혔으면 좋겠다는 당국자들의 토로에는 정부 지원이 간절한 곳마저 칼을 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녹아 있다.

교육 예산이 성역으로 남아 있는 한 해마다 반복될 일이다. 교부금 개편은 덮어놓고 반대하면서 “서민을 위한 예산을 팍팍 줄이고 있다”며 정부를 나무라는 정치권이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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