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난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맹비난을 퍼부은 데 이어 북한은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기간 성과로 핵무력 완성을 꼽았다. 저조한 현 정부 지지율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조문외교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 인사가 조만간 방한하고 국제사회를 향한 정부의 대북정책 설명이 이어지는 등 북핵 외교전이 활발히 펼쳐지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혁명 사상은 주체조선의 광휘로운 앞길을 밝힌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집권한 최근 10년간 북한이 국력 강화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총비서 동지의 혁명사상이 밝힌 길을 따라 우리는 남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짧은 기간에 성취했다"며 "국가 건설과 활동에서 자주적대를 확고히 세워 국가의 존엄과 위상을 최고의 경지에 올려세웠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 발사 이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이날 '핵무력 완성'을 재차 거론한 것은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19일 담화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당시 담화에서 핵을 '국체(국가 근간)'로 규정하며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라고 꼬집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장에 나오면 경제협력과 체제보장을 단계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담대한 구상을 대놓고 무시한 셈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대남 도발 명분을 쌓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우려하며 "'색다른 물건'이나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통보하라"고 했다. 색다른 물건은 남측 민간단체가 배포하는 대북전단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22일 시작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구실 삼아 무력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점친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전 일본 수상 아베가 비명횡사한 것을 놓고 제 할애비가 죽기라도 한 듯이 놀아대며 이를 섬나라 것들과의 관계 개선의 기회로 써먹으려 하고 있다", "20% 남짓한 지지율은 민심의 정확한 평가"라면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미국과 지속해 협의하며 담대한 구상 추진 동력을 찾는 모습이다. 특히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2~27일 몽골 울란바토르에 이어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한국 당국자들과 잇달아 면담하며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한미 간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도 이날부터 25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대북정책을 설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이 차관은 담대한 구상 중 '한반도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R-FEP)'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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