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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로 문화재 읽기] 소실→'불에 탄', 봉행→'제사 치른'으로

<6> 사직단

전문용어 설명도 생략 많아 개선해야





서울 종로구 소재 사직단(社稷壇)은 전통시대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땅의 신이 ‘사(社)’이고 곡식의 신이 ‘직(稷)’이다. 두 개를 합치면 ‘사직’이 된다. 사극 등에서 나오는 “종묘 사직을 보전하소서”의 바로 그 사직이다. 엄격하게 하면 종묘가 ‘왕실’이고 사직은 ‘국가’다.

일제 강점기와 서울의 도시화 바람을 타고 사직단의 주요 시설들은 거의 사라졌다. 주인 없는 제사 시설은 힘 있는 권력들이 나눠 갖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지금 안내판을 보더라도 사직이나 사직대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직단 대문’의 안내판에는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이후…”라는 표현이 있다. ‘소실’은 ‘불에 타 없어졌다’로 바꾸는 게 나을 듯하다. ‘사직대제’ 안내판에는 사직대제가 “매년 9월 봉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봉행’은 ‘제사를 치르다’라고 쉽게 표현해도 된다.

사직단 대문은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안내판에서는 보물 지정이유로 “… 나무쪽인 공포가 17세기 익공 양식의 특징을 보여 주어 우리나라 목조 건축 양식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 뿐이다. 아마 이 대문의 건립연도가 17세기라는 의미인 듯하다. ‘익공’을 잘 모르는 방문객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안내판의 문장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전문용어 설명이 간략하다거나 생략이 많은 것이 더 문제다. 안내판에는 ‘사직대제’라는 말이 갑자기 나오는 데 ‘대제’의 의미도 설명이 필요하다. 조선왕조에서는 종묘와 사직에서의 제사를 ‘큰 제사’라는 의미로 ‘대제’라고 불렀다고 한다. 즉 사직대제, 종묘대제 등이라는 식이다.

부속건물 가운데 하나인 ‘전사청’의 안내판에는 “전사관이 제사 음식을 점검하던 곳”이라고 돼 있다. 전사관은 조선 말기 직제 기준으로 왕실 사무를 하던 궁내부 소속으로 국가 제사를 담당하던 직책이라고 한다.

또 “사단·직단 주위에는 ‘유’라는 낮은 담을 두르고”라는 문장이 있는데 정확하게는 사직단 같은 제단 외곽에 두른 낮은 담을 ‘유’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유’는 사직단이나 선농단 같은 국가 제단에만 설치돼 있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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