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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1기 신도시 재정비, 속도전이 답 아니다

노해철 건설부동산부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 발표 이후 1기 신도시 재정비 이슈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시기를 2024년으로 제시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통령 공약 후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총 41쪽에 걸쳐 빼곡히 작성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8·16대책)’ 안건 자료에서 1기 신도시 관련 내용은 단 네 줄에 그치는 등 구체성까지 결여돼 주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성난 민심에 정부는 해명에 진땀을 빼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내용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라”고 지시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음날 국토부 기자실을 찾아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장관직까지 내걸었다. 2024년 중 가장 가까운 시일 내로 결과물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날로 장관 취임 100일을 맞은 그가 장관직을 내려놓을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다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1기 신도시 문제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당시 인수위는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중장기 과제로 검토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소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꿔 논란을 야기했다. 30만 가구에 달하는 신도시를 재정비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은데도 당장 가능할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장 기대감만 키운 것이다.

문제는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같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 발주 이후 수행 기관을 선정하는 절차를 제외하면 짧으면 1년, 길어야 2년 내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3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데 3년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짧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빈 땅이던 3기 신도시와 달리 1기 신도시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재정비 계획 수립에 더욱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졸속 정책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시간에 쫓겨 마련된 마스터플랜이 정부가 내건 ‘명품 도시’ ‘도시 재창조’를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속도전식 밀어붙이기에 따른 정책 실패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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