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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한복서 김치까지…中은 왜 韓문화만 공격할까

■문화의 시대 한중 문화갈등

김인희 외 6인 지음, 동북아역사재단 펴냄

中, 한류를 서구 문화와 동일시

중화주의·공산당체제 위협 막고

자국문화산업 경제적 잠식 차단

시진핑 집권후 애국주의 노골화

'한국은 문화 속국' 공세적 전환

우월적 위치짓기로 대립 첨예화

통일신라 때 신라인들이 머물던 중국 산둥성의 적산 법화원 앞 장보고 조각상./사진제공=동북아역사재단




지난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양 국민간 감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문화 소유권 논쟁이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단오제, 추석, 한복, 김치, 매듭장 등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주장은 한국문화는 물론 한국인과 한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베트남, 몽골,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문화로 공격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간 ‘문화의 시대, 한중 문화충돌’은 중국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시진핑 집권 이후 유독 한국하고만 문화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과 목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집필에는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소장 등 7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저자들은 중국이 문화기원 논쟁을 일으키는 이유를 서구문화 유입에 따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위협, 우월적인 문화관으로서의 중화주의 약화 우려에서 찾는다.



중국은 한류가 정점이던 2004년 이른바 ‘단오 논쟁’을 일으켰다. 당시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는 ‘단오절은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이 되는가’라는 기사에서 문화부 부부장의 말을 인용해 “만약 다른 나라에서 유네스코 등재에 성공한다면 조상을 어떻게 뵐 것인가”라며 선동했다. 이 때부터 중국 관리들과 언론들은 한국을 ‘중국문화를 빼앗아간 도둑’이라고 성토하기 시작했다.

2018년 중국 허난성의 중소 도시인 루산에서 성대한 단오절 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제공=동북아역사재단


박영환 동국대 중문학과 교수는 “당시 중국에서는 한국 단오제를 ‘서양의 명절’이라고 하거나 K-팝과 같은 한국문화를 서양문화와 동일시하면서 한류를 서구 문화 제국주의 유행으로 인식했다”며 “단오 논쟁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통문화의 소유권 논쟁이지만 사실은 서구 가치관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윤경우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중국인문사회연구소 소장)도 “중국 정부의 외래문화에 대한 선별적인 수용과 거부가 항(抗) 한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즉 한국문화에 반대하는 항한(抗韓)이나 반한(反韓)은 정치적 측면에서는 서구 이데올로기가 공산당 체제에 위협이 되는 것을 차단하고, 경제적으로는 한류를 필두로 한 서구 문화산업이 자국 문화산업을 잠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시각이다. 임동욱 광주대 명예교수는 “중국 정부는 애국주의 강화를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 상품의 유입을 막고 자국 상품의 판매를 늘리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시진핑 정부가 국내 통치를 위해 애국주의를 강화하는 것도 한중 문화충돌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윤 교수는 전통적 중화사상에서 발로한 우월 의식, 아편전쟁 이후 외부 세력에서 당했다는 피해의식에서 나온 우환의식, 21세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초조함이 한국 문화에 대한 더 극단적인 배타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결과 중국은 2016년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은 ‘문화 도둑’나 ‘문화 침략자’라던 기존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방법으로 선회한다. 조선 왕실이 입은 관복은 명나라가 신하국에 하사한 것이니 ‘문화속국’이라는 식이다.

특히 이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공격을 일부 네티즌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시진핑 정부는 유독 한류 콘텐츠만 규제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2016년 이후 극좌적 민족주의 성향의 ‘샤오펀훙’이라는 친정부 네티즌 집단을 직접 조직해 지원하고 있다. 김 소장은 “시진핑 정부 들어 한국에 대한 공격이 더 증가하고 공세적으로 바뀐 것은 중국에서 문화를 이데올르기 투쟁의 도구로 보는 시각과 이데올로기 선전, 선동에 능한 홍위병적 네티즌이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모든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거나 일방적으로 주변에 전파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들의 지적이다. 문화의 특성상 상호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접선(摺扇)과 고려청자는 송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다. 원나라에서는 고려 풍습인 ‘고려양’이 유행하면서 한류의 원조로 불린다. 명나라에서는 조선의 남자 치마인 마미군과 망건이 유행했다.

일본승 엔닌은 839년6월부터 840년2월까지 중국 산둥성의 신라인들 거주지 적산 법화원에서 머물면서 “신라인들은 박돈명식 같은 음식을 먹으며 명절은 쇤다. 이 명절은 오직 신라에만 있다”고 기록했다. 박돈명식은 송편의 원류로 추정된다. 한국의 송편./사진제공=동북아역사재단


중국의 훈툰./사진제공=동북아역사재단


일본에서 판매되는 박돈./사진제공=동북아역사재단


특히 추석은 일본승 엔닌이 해상왕 장보고의 도움으로 839년6월부터 840년2월까지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신라인들의 거주지 적산 법화원에서 머물면서 쓴 견문록에 “8월15일에 명절을 쇠는 것은 오직 신라에만 있다”라는 구절이 남아있다. 중국이 자신들이 원조라고 우기는 중추절은 350년 이후에나 기록으로 등장한다.

권혁희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중국이 전통 음식이나 의복과 같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우월적 위치짓기를 시도한다면 한중 간의 대립을 점점 더 첨예화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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