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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순환 '생명의 빛'을 쏘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감독 '에릭 오'

스페이스K서 신작 '오리진' 공개

미술관 외벽·바닥에 화려한 영상

영적인 세계관 '생명의 근원' 물어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미술관 외벽에 에릭 오 감독의 신작 ‘오리진’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 제공=코오롱 스페이스K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코오롱그룹의 미술관 스페이스K 외벽에 낯선 영상이 비치기 시작한다. 느닷없이 등장한 둥근 알의 껍질이 벗겨지더니 동물의 눈을 연상케 하는 구멍이 뚫리면서 눈물 같은 액체가 흘러내린다. 구멍과 상처가 점점 늘어나더니 진흙 같은 물질이 알을 잠시 휘감으며 내면에 빛을 가뒀다가 폭발하며 사방으로 퍼진다. 물질은 꽃처럼 피어나 점점 총천연색으로 빛나면서 화려함을 뽐내다가 거대한 빛과 함께 소멸된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노란빛의 태양과 같은 구체가 등장하고 이내 처음 등장했던 둥근 알만 남으며 약 5분간의 영상이 끝난다.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미술관 외벽에 에릭 오 감독의 신작 ‘오리진’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 제공=코오롱 스페이스K


24일부터 매일 오후 7시 30분~11시에 미술관 외벽에 비치며 행인들의 관심을 끄는 이 작품은 세계적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인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의 신작 ‘오리진’이다. 스페이스K가 강서구와 함께 기획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오 감독은 전작 ‘오페라’로 지난해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크게 주목받았고, 미국 아카데미상에 투표할 수 있는 정식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신작을 통해 존재의 근원과 질서, 삶과 죽음 등 영적인 주제에 관한 사유를 극도의 추상화적 흐름으로 펼쳐 보인다. 살며 느끼는 아름다움, 희망, 행복과 무의미함, 공허함, 절망 등 상반된 감정들이 작품 속에 상징적으로 공존한다.

그는 24일 밤 상영에 앞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담고자 했다. 그건 개인의 삶일 수도 있고 인류, 나아가 모든 생명의 모습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언제부터 인류와 순환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릴 적부터 삶과 죽음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도 모르게 순환적 세계관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고 답했다.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미술관 인근 길바닥에 에릭 오 감독의 신작 ‘오리진’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 제공=코오롱 스페이스K


‘오리진’은 전작 ‘오페라’의 연작으로, 오 감독은 두 작품을 6년 전부터 나란히 구상해 왔다고 말했다. ‘오페라’ 역시 밤낮의 끝없는 반복과 순환 속에 인류 역사 속 계급, 문화, 종교, 이념 간 갈등을 거대한 스케일과 매우 디테일한 표현으로 담았다. 오 감독은 “둘은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지만 ‘오리진’이 좀 더 영적”이라며 “같은 세계관의 동일한 개념을 좀 더 근원적이고 추상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열린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제작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술도 활용했다. 사이키델릭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관련 단어와 사진 등을 입력하면 AI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사이키델릭’ 같은 단어, 제임스웹 망원경에서 촬영한 우주사진 등을 넣어보기도 했다.

작품을 연출한 에릭 오 감독. 사진 제공=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


‘오리진’은 12월 2일까지 스페이스K 건물 외벽과 인근 길바닥에서 상영된다. 오 감독은 “근원에 관한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것은 오만한 것 같고 이 작품은 질문에 가깝다”며 “보고 나서 느낄,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 자체가 전하고픈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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