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 칼럼]비겁한 펜스

찰스 M. 블로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트럼프의 부정 방패 역할한 펜스

보스 눈밖에 났음에도 언급 자제

결국 부패 공범사실 은폐하는 것

'비겁한 협잡꾼'이중화법만 반복





마이크 펜스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다. 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비겁한 협잡꾼인지 보여준다.

지난주 펜스는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사하는 ‘1월 6일 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지난 수 주일간 펜스의 변호사와 의회의 조사위원회는 비공식적으로 그의 청문회 증언을 논의했다. 혹시 억지로 청문회에 끌려 나가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해 의회의 소환장 발부를 유도하려는 의도인가, 아니면 진실을 가리기 위한 꼼수인가.

1월 의사당으로 몰려간 트럼프의 폭도들은 펜스를 협박했다. 그들은 “펜스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외쳤다. 그를 처형하기 위한 교수대도 세웠다. 당시 펜스는 아슬아슬하게 폭도들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그는 트럼프 교도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그날 벌어졌던 참담한 일에 관한 언급을 자제한다. 트럼프에게 정면으로 맞서지 않은 채 애매모호한 수사를 동원해가며 옛 보스와의 사이에 약간의 거리 두기를 시도할 뿐이다.

펜스는 우익 내부에서 조용히 불만을 삭이고 있는 정통 공화당원들이 자신과 같은 전통적인 보수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듯 보인다. 트럼프는 아니지만 트럼프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바로 나’라는 착각이다.

펜스 대통령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그에게는 기댈 세력도, 노려볼 만한 기회도 없다. 사실 그는 형편없는 정치인이다. 그가 주지사로 활동했던 인디애나의 공화당원들은 트럼프가 그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해 데리고 가자 환호성을 질렀다.

CNN 보도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자 인디애나의 공화당 관리들, 보좌관들과 선거원들은 “주지사 선거에서 펜스를 제거함으로써 공화당은 수년간 이어져 온 동성 결혼과 종교 자유를 둘러싼 사회적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세 번 결혼한 트럼프는 진정한 종교적 정체성이 없는 떠버리였기에 2016년 선거에서 공화당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펜스를 기용했다. 트럼프는 그가 가장 아끼는 책이 성경이라고 말했지만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허풍쟁이였다. 그가 대선 출마 의사를 흘린 2015년 이 같은 돌발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얼토당토않은 대답을 내놓았다.



“성경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비슷한 대답을 덧붙였다. “성경은 내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사적인 일? 즐겨 암송하는 성경 구절을 공유하는 것은 자신의 의료 기록을 공유하는 것과는 다르다. 성경은 기독교인들에게 복음의 공유를 끊임없이 권한다. 성경 구절은 손에 쥔 도박판의 패처럼 악착같이 감춰야 할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는 러닝메이트인 펜스에게 그가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을 맡겼다. 펜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순한 외골수의 이미지를 유지해가며 주군에게 아첨하는 트럼프의 종교적 방패였다.

4년 동안 펜스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보스를 떠받치고 박수를 치며 마치 주인만 바라보는 애견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나서야 펜스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트럼프에게 모든 관계는 거래이며 충성은 쌍방 통행이 아니었다.

신앙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펜스는 트럼프가 저지른 부정직하며 비도덕적인 온갖 행동을 가려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스의 눈 밖에 났다. 그럼에도 펜스는 자신이 거든 트럼프의 범법 행위를 온전히 털어놓지 못한다.

그는 법치를 무시하는 트럼프의 조력자이자 공범이었다. 둘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고 은폐했다.

1월 6일 펜스가 올바른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직전까지 그가 비겁하게 행동했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FBI의 마러라고 압수 수색과 관련한 질문에 펜스는 요령부득의 아리송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FBI를 두둔하면서도 “법무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 어떤 책임을 묻는다는 말인가. 이게 바로 펜스의 이중 화법이다. 그는 늘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려 든다.

만약 필자가 평소에 펜스를 높게 평가했다면 분명 그에게 실망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