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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개헌, 국민투표서 부결…반대 61.9%

2019년 불평등 반대 시위로 개헌 요구 커져

추상적 표현·다민족 국가 명시 등에 거부감

4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국민투표 부결 결과를 들은 뒤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란 평가를 받던 칠레의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칠레의 개헌 찬반 국민투표 개표 결과 반대가 61.9%(개표율 96% 기준)로 찬성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효표 과반 찬성이 필요했던 이번 개헌안은 부결됐다. 이번 개헌을 추진했던 블라도 미로세비치 캠프 대변인은 "우리는 이 결과를 인정하고 칠레 국민들의 의사에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헌 국민투표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 시절인 1980년 제정된 헌법을 바꾸자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진행됐다. 2019년 칠레에서는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 이는 곧 사회 불평등 해소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산됐다. 이후 사회적으로 헌법에 문제가 있는 만큼 헌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고, 2020년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78%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표를 던지며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번에 투표에 오른 개헌안은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동시에 사회 문제와 성평등에 초점을 맞췄다. 또 원주민을 위한 권리를 보장하고 환경·기후변화 문제를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작성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일부 조항이 너무 길고 추상적인데다, 칠레를 원주민의 권리를 인정하는 다민족 국가(plurinational state)로 명시하고 환경을 우선시하는 내용 등에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나타나면서 반대 의견이 급증했다. 특히 정부가 공정한 보상을 조건으로 토지를 몰수하는 것을 허용하고 연금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이에 반발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투표를 마친 로베르토 브리오네스는 AP에 "개헌안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우리 모두는 새 헌법을 원하지만 더 나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헌안이 부결되면서 취임 6개월을 맞은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보리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월 취임 이후 급락했는데, 그가 강하게 밀어붙이던 개헌까지 무산됐기 때문이다. AP는 "일부 유권자들은 이번 투표를 보리치 정부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5일 각 정당의 대표들을 만나 앞으로의 개헌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개헌안은 부결됐지만 개헌 자체에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개헌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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