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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적자여도 돈 몰렸는데 '금리 직격탄'…사모펀드·VC도 신규 투자엔 난색

■'투자 혹한기' 맞은 플랫폼

배달·명품 플랫폼 몸값 반토막

필수 운영자금 못 구해 발동동

추가 투자 없어 매각까지 검토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부릉의 물류센터. 사진 제공=부릉




계속된 적자에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신생 기업)’을 꿈꾸던 플랫폼 기업들이 올 들어 금리 급등 충격에 당장 회사 운영자금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로 전락했다.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에는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F) 등의 투자가들이 적자여도 플랫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지만 투자 혹한기가 된 지금은 기업 순익을 철저히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배달 대행이나 명품 판매 플랫폼들이 헐값에 기업을 내놓거나 기존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기업가치를 크게 낮춰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1조 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하며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현재는 5000억 원 수준의 몸값에도 신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T가 메쉬코리아에 100억~5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기 위해 실사에 나섰지만 성사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생 PEF인 NVC파트너스가 메쉬코리아에 3000억 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상당수가 최근 PEF 출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자금을 제때 조달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쉬코리아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정범 대표 등 최대주주 지분(21%)을 담보로 OK캐피탈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으며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어서 협상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배달 대행 서비스인 ‘생각대로’를 운영하고 있는 인성데이타는 2020년 매각이 무산된 후 몸값이 4000억 원 안팎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이 매각 대신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도 기업가치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투자자들이 ‘생각대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의 투자 유치도 신주 발행을 통한 증자가 아니라 기존 투자자들 간 손바뀜인 구주 거래여서 ‘생각대로’에 신규 자금이 들어온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쟁적으로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며 성장세를 달리던 명품 플랫폼 기업들 역시 돈줄이 마르는 양상이다. 초기 투자가였던 VC에 이어 PEF로 투자자 모집 대상을 넓히고 있지만 최근의 금리 상승 여파에 한층 까다로워진 투자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8000억 원의 기업가치로 PEF의 투자를 받으려 했던 발란은 현재 신규 투자자 없이 기존 투자자들끼리 5000억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추가 실탄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PEF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 VC보다 한층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 발란이 기대한 투자금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트렌비도 최근 3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지만 이 중 200억 원은 지난해와 올해 초 발행한 전환사채(CB)가 우선주로 바뀐 것이어서 신규 투자는 100억 원 안팎에 그친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프라이빗에퀴티(PE)가 2015년 인수 당시 8600억 원, 지난해 매각 추진 당시 6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했던 티몬은 최근 2000억 원대 중반 가격으로 큐텐에 매각됐다. 지난해 4조 원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한 컬리는 당시 7조 원의 기업가치로 상장을 전망했지만 현재 예상되는 상장 후 시가총액은 2조 원 안팎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 급등으로 해외에서는 플랫폼 등 기술 기업의 가치를 5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기존 투자자가 기업의 부도를 막기 위해 투자하는 ‘다운 라운드(down round)’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컬리나 티몬 등에 이뤄질 후속 투자는 일종의 다운 라운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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