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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작가의 그림, 어느 명화보다 아름다워"

◆발달장애인에 미술교육 활동 '그리다방 네모' 정상숙 작가

선 하나에 장애 극복 흔적 묻어나

무서울정도로 집중하는 모습 감동

천안서 입소문 타며 작업실도 생겨

화가로서 나 자신에게도 좋은 자극





“발달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이들이 어엿한 작가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보람이라기보다는 기쁨에 가까워요. 그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날로 변화하는 모습은 그 어떤 그림보다 아름다운 명작이라고 생각해요.”

15년째 천안에서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는 정상숙(사진) 작가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작가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그리는 그림은 고흐·모네 등 그 어느 유명 화가의 작품보다 아름답다”며 “선 하나, 점 하나, 면 하나에는 그림을 그린 이들이 장애를 극복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의 그림에는 하나같이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과 독특한 색감이 개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 작가는 1997년 서울에서 천안으로 이사해 이듬해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을 만들면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리다방 네모’라는 봉사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활동을 했다. 그는 매주 수요일마다 천안시하모니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수업을 하고 나면 하루가 일정이 숨 가쁠 정도로 벅차지만 ‘기다려지는 수요일’이라고 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몰입하며 자신의 모습을 꺼내어 놓는 모습을 보면 작가는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감동적이라고도 했다. 그는 “발달장애인 보호기관에서도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거나 돌발 행동이 나올 것 같은 시그널이 보일 때 ‘그림을 그리자’고 하면 바로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림에 더욱 밀도가 생기는 것을 보면 신기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리다방 네모 프로젝트가 천안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프로젝트도 힘을 얻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하게 됐다. 이뿐 아니라 삼성SDI 직원들이 함께 키트 작업에 동참하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컬래버레이션도 이끌어내는 등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그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그림 그릴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며 “그런데 프로젝트가 알려지고 ‘그림이 너무 좋다’는 평가가 나오자 따로 작업실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가 이런 작업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의 후원도 한몫했고 단순히 ‘돈 후원’만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키트를 만드는 참여를 함께했다는 게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는 편견을 깨고 그들도 ‘화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며 지낸 시간은 정 작가에게도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서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를 진학한 후 공주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봉사 활동이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되면서 화가로서의 활동도 보다 활발해졌다. 2012년 이후 개인전을 꾸준히 열었던 것이다.

2016년부터 열린 발달장애인의 그림 전시회인 그리다방 네모전은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들을 찾는다. 다음 달 25일부터 30일까지 천안시 삼거리갤러리에서 ‘똑똑 누구십니까’라는 테마로 ‘2022 그리다방 네모 전시회’가 열린다. 코로나19에도 꾸준히 전시회를 열었지만 엔데믹 상황에서 열리는 올해의 전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도 높다. 2년여의 기나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발달장애인 화가들의 내면은 어떻게 변화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또 얼마나 놀라운 관점이 반영됐을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여기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도 특별하고 놀라운 재능이 있을 수 있고 이를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발달장애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 작가는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를 보여주는 게 올해 전시의 콘셉트”라며 “당당하게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고 사회로 나오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아름답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화폭에 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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