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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징그러울 정도로 만족"…'수리남' 하정우가 돌아본 2년 공백

'수리남' 하정우 / 사진=넷플릭스 제공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배우 하정우가 약 2년 만에 시청가 곁으로 돌아왔다.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고, 걱정을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말로 담담하게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반성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많이 가졌고요. 2005년부터 쉼 없이 작품을 달려왔는데, 제동이 걸린 거예요. 2년은 저를 바라봤던 시간이 됐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제 자신의 좌표도 확인했고요. 또 제 나이를 실감할 수도 있었죠. 많이 아팠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하정우의 복귀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극본 윤종빈/연출 윤종빈)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수리남에서 사업을 시작한 강인구는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의 농간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 이를 지켜본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는 강인구에게 언더커버를 제안하고, 강인구가 이를 수락하면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수리남'은 하정우와 영화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군도'를 함께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여러 해 표류하다가 윤 감독의 결심에 의해 시리즈물로 재정비해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7년 전, 학교 선배가 '수리남'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영화로 준비하기 위해 윤 감독에게 얘기했죠. 그때는 윤 감독이 고사하더라고요. 이후 여러 감독님께 제안했는데, 모두 거절당해서 몇 년 동안 표류했어요. 그러다가 윤 감독이 '공작'을 끝내고 다시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된 거죠. 시리즈물로 만들면 가능성 있겠다는 생각에 제작하게 됐습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윤 감독과의 작업은 장점이자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서로 신뢰를 갖고 작업하는 건 좋은 부분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온 만큼 더 신경 쓸 점이 많았다. '친하다고 서로 봐주는 거 아니냐'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굳건한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한 하정우는 강인구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인구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 하정우는 굳건한 캐릭터에 매료됐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와 그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애썼다.

"일반 수산업자가 언더커버로 들어가서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서 기지를 발휘해 고비를 넘기고, 오랜 기간 살아남을까 계속 생각했죠. 실존 인물이 엄청난 기지를 발휘하셨더라고요. 도리어 더 영화 같은 부분이 있어요. 이걸 연기하기 위한 명분이 있어야 되는데, 윤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찾아갔어요. 그런데 100%로 찾을 수는 없더라고요. 시리즈물로서 극 안에서 허용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죠."

'수리남' 스틸 / 사진=넷플릭스


강인구를 더 이해하기 위해 실존 인물을 직접 만났다. 실존 인물이 회고록처럼 쓴 15페이지 분량의 글을 읽어본 하정우는 그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이후 실존 인물과 그 가족이 격려차 촬영장에 방문해 하정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실존 인물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식에서 무용담처럼만 말할 수 있었는데, 시리즈가 제작돼 반가운 마음"이라고 격려했다.

"제가 뵀을 때 이미 그는 중년이 넘은 아저씨였어요. 물론 저도 중년이지만, 저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으셨죠. 정말 탄탄하고 쨍쨍한 느낌이 강했어요. 아마 산도 뛰어 올라가서 타실 것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에너지와 위엄이 남달랐습니다."(웃음)



영어 대사는 연기하면서 힘든 지점이었다. 하정우는 반복 학습밖에 답이 없다고 판단하고, 3개월 동안 미친 듯이 연습에 매진했다. 속도감 있게 영어로 대사를 해야 되는 만큼 입에 붙이기 위해 달달 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강인구의 영어는 거리에서 배운 영어잖아요. 발음, 문장에 신경을 안 쓰고 초급 정도로 설정했어요. 대신 그게 유창하게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신경 썼죠. 강인구가 감옥에 갔다 와서 하는 영어는 좀 달라요. 그전에는 초등학생 수준이었다면, 아무래도 감옥에서 계속 영어로 소통하면서 발전했다는 설정이에요."

해외 로케이션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제주도에서 오랜 시간 촬영한 후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넘어가 2달 정도 머물면서 촬영했다. 정글을 배경으로 일어난 장면들 대부분이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촬영됐다.

"도미니카에서는 이동 시간 자체가 너무 길어서 힘들었어요. 정글로 들어가야 되니까 차를 타고 편도 2~3시간을 이동했죠. 길거리에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았어요. 도로 상태도 열악하고 차도 막히고 신호등도 없어서 고되더라고요. 마지막 촬영이 도미니카여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가서 찍은 거예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비행기 타고 도망친 기억이 납니다."(웃음)



고생 끝에 완성한 '수리남'을 처음 본 하정우는 징글징글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고 감상평을 내놨다. 그는 영화를 만들던 팀이 영화를 만드는 마음으로 찍었기에 밀도 있는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뿌듯한 마음을 표했다. 누구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공을 들였기에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물론 드라마를 만드는 팀도 정성껏 만들죠.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시간과 드라마를 만드는 시간이 다르고, 밀도의 차이도 있다 보니 조금 다르잖아요. 주어진 스케줄 안에서 6시간짜리 영화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잘못하면 전체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참 어려웠어요. 아쉬운 부분이라면 10부작짜리를 6부작으로 구현해 어쩔 수 없이 대사로 처리된 부분이 늘어나서 지루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10부작으로 확장됐다면 훨씬 더 많은 볼거리가 생기고 리듬감 있게 흘러가지 않았을까요."

시리즈물의 매력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주로 스크린에서 활동하던 하정우는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마음이 들었다. 또 자신의 전작 영화들을 되돌아보면서 '시리즈물로 구현하면 어떨까?'라는 작은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창작자 입장에서는 좋아요. 감독이나 작가에게는 이야기를 확장시킬 수 있는 재밌는 요소가 많아진 거니까요. 그전에는 시간의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상상력도 확장된 느낌이에요. '수리남' 1화에서 강인구의 과거 전사를 충분히 보여줘서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시간이 부족하잖아요. 그런 게 다르더라고요. 제 전작인 '베를린', '군도', '황해'도 시리즈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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