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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손질해야 할 바이든의 이민정책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호스트)

이민자 문제로 몸살 앓는 유럽

파시스트 정당 부상 원동력 돼

美서도 '중간선거 쟁점' 떠올라

해법 늦을땐 극우 공세 불보듯





이탈리아와 스웨덴은 완전히 이질적인 유럽 국가다. 이탈리아는 햇빛 좋고 혼잡한 지중해 연안의 가톨릭 국가인 반면 스웨덴은 춥고 질서정연한 북부 유럽의 개신교 국가다. 지난 수십 년간 두 나라는 확연히 다른 정치 궤적을 그렸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파시스트 정당의 급속한 부상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 두 국가에서 전개되는 상황은 중도좌파의 지지 기반 붕괴와 일치한다. 이들 극우 정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민 문제에 집중한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조르자 멜로니는 카리스마 넘치는 45세의 정치인이다. 그의 캠페인은 세계화에 대한 공격과 함께 조지 소로스가 망쳐놓기 전의 호시절을 복원하겠다는 듣기 좋은 이야기로 채워진다.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 비디오에서 조르자는 “기독교인·엄마·이탈리아인 등 세계화 세력이 조롱하는 모든 것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민은 그가 내세우는 정책 프로그램의 요체다. 지중해를 통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흐름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해상 봉쇄를 단행하겠다는 공약도 스스럼없이 내민다.

스웨덴의 극우 민주당 또한 이민 카드를 최대한 활용한다. 범죄 증가, 갱 폭력과 이민자들의 사회보장제도 악용 사례가 그들이 늘어놓는 단골 메뉴다. 이들의 주요 선거공약은 유럽에서 가장 후한 이민 시스템을 갖춘 스웨덴을 가장 제약이 심한 나라로 바꾸기 위해 작성된 30개 항의 이민정책안에 담겨 있다. 스웨덴 민주당의 활력 넘치는 지도자인 올해 43세의 임미 오케손은 지금은 “스웨덴을 맨 앞에 놓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들 정치인과 그들이 속한 정당은 선동에 능하다. 그러나 그 선동의 한복판에는 중요한 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민이다.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민은 이미 통제를 벗어난 상태다.



통제 불능은 이민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이민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마어마하게 팽창한 이민의 흐름, 기승을 부리는 밀입국과 고삐 풀린 범죄, 이민 신청자들을 심사하고 받아들이는 법적 제도의 완전한 붕괴로 유럽 국가들은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 스웨덴 인구의 20%는 해외 태생으로 미국의 14%보다 높다.

미국은 유럽과 다르다. 미국인의 정체성이 다분히 정치적인 데 비해 유럽 국민들의 정체성은 종족과 종교 및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어느 쪽이건 하나의 국가가 흡수할 수 있는 이민자 수에는 제한이 있다.

1970년대의 미국 인구 가운데 해외 출생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다. 이후 이 수치는 거의 세 배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대다수 국외자들이 미국에 동화되고 흡수될 것으로 믿는다. 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많은 외국인들이 정부에서 통제하는 정당한 심사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다는 점이다. 국경으로 몰려온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난민 지위를 주장하며 입국 후 그대로 눌러앉는다는 이들의 지적은 옳다.

미국의 난민 제도는 완전히 망가졌다. 이 제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홀로코스트의 여파 속에서 즉각적이고 끔찍한 박해 위험에 처한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안됐다. 오늘날 많은 난민 신청자들은 가난·질병·범죄와 강제 이주 등 미국에서 더 나은 생활을 꿈꾸던 전통적 이민 희망자들이 본국에서 겪었던 것과 동일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들은 정중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단지 그러한 이유로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이민 절차를 우회하기 위해 제도를 남용한다.

현재 미국의 망명 절차는 오작동하고 있다. 이미 심한 적체 현상을 보이는 데다 담당 직원의 수도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는 고의적으로 이민 적체를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평상적인 비자 발급 업무까지 지장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법 기세가 오른 상태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이슈로 이 모두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난민 요청 심사를 가속화하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냈지만 적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계류 중인 난민 신청 건수는 74만 4000건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부가 이민 전반과 국경을 컨트롤하고 있음을 과시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다음 보다 신속하고 예측 가능하면서도 불법 이민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이민 제도 개선안을 제안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포퓰리스트 우파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민 카드를 앞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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