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계약을 원래대로 이행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한 지 3개월 만에 또 다시 입장을 번복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결정이 트위터가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제기한 재판을 2주 앞둔 가운데 나온 만큼 머스크가 법정 다툼을 피하기 위해 인수 재개를 제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에 서한을 보내 기존 계약에 따라 주당 54.20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트위터는 이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다. 지난 4월 머스크는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62조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3개월 뒤인 7월 트위터가 가짜 계정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트위터는 머스크에 내부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인수 계약을 강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이달 17일부터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이번 재판에서 승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주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신들은 트위터에 가짜 계정이 많아 중대한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는 머스크의 주장이 재판 과정에서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다시 한 번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트위터가 이번 재판을 중단할지는 미지수다. 트위터가 머스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재판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곧바로 소송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와 트위터가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보장은 없는 만큼 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앤드류 제닝스 브루클린대 로스쿨 교수는 머스크가 앞서 두 차례나 소송 진행을 늦추기 위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트위터가 머스크의 말만 믿고 소송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머스크가 인수를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트위터 주가는 전날보다 12.7% 오른 47.95달러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 22.24% 폭등한 5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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