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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무엇이 천년간 中여성의 발을 옥좼나

■문화와 폭력, 전족의 은밀한 역사

도러시 고 지음, 글항아리 펴냄





“작은 전족(纏足) 한 쌍에 눈물 한 항아리 흘리네.”

전족의 고통을 나타내는 중국 속담이다. 12세기 무렵부터 20세기까지 중국에서는 큰 발은 게으르고 천한 것이라고 여겨 어린 소녀의 발을 10㎝ 정도의 작은 양말과 신발에 우겨 넣는 악습이 있었다. 인위적으로 발 성장을 멈추게 할 때의 통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에는 두 발이 칼에 베이고 불타는 것 같았다. 몇 달 뒤면 발가락이 곪기 시작했고 발이 감각을 잃어갔다. 남성들은 작은 발에서 성적 만족감과 지배 욕구를 충족했다. 이 같은 잔혹함 탓에 근대화 시기 중국 지식인과 민족주의자, 페미니스트들은 전족을 봉건주의적 잔재라고 멸시하며 대대적인 ‘반(反)전족’ 운동을 펼쳤다.

최근 번역 출간된 ‘문화와 폭력, 전족의 은밀한 역사’는 기존의 진보사관이나 페미니즘이 아닌 전족한 여성들의 입장에서 전족의 궤적을 복원하고 의미를 해석한 책이다. 저자인 도러시 고 미국 컬럼비아대 바너드칼리지 역사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인권 무시라는 도덕적인 관점이나 향수 어린 비애나 호기심으로만 전족의 역사를 파악해왔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여성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는, 주체성을 가질 수 없는 억압된 존재로만 남았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남성의 욕망이 전족의 유행을 가져왔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전족 옹호론자도 아닌 그는 다만 전족 여성 역시 작은 발을 적극적으로 가꾸며 이를 하나의 패션이나 성공의 수단으로 여겼다고 말한다. 남성들의 과거시험 합격과 마찬가지로 작디 작은 발은 여성이 신데렐라가 될 수 있는 사다리였다. 대다수의 여성은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고 최신 유행의 전족 신발을 만들기 위해 다른 여성들과 경쟁했다. 즉 여성에게 전족은 성적 환상의 도구가 아니라 매일의 몸치장이자 사회적 교제의 도구였다.

특히 저자는 반전족 과정에서 정작 주인공인 여성들의 목소리는 배제됐다고 말한다. 청나라말 이후 남성 사상가들은 전족 여성을 가리켜 국가 발전에 해를 끼치는 기생충이자 팜파탈(요부)이라고 혐오했다. 전족한 몸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이든 여성들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저자는 “전족은 아름다움·지위·섹스·문화·돈에 대한 추구라는 모든 인간 욕망 속에 얽혀 있고 질투·잔인함·폭력·대상화 등 사람이 타자에게 행하는 이 무시무시한 것들도 전족 이야기의 일부”라며 전족을 남성 대 여성, 선과 악 등의 이분적 대립구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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