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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거품붕괴' 때만큼 주저앉은 엔화

◆엔·달러 환율 148엔 육박

미국 '9월 물가 쇼크'에 직격탄

1990년 8월 이후 최저치에도

BOJ는 "금리 안 올려" 재확인

14일 일본 도쿄의 한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147엔을 돌파했다는 시황이 띄워져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9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일본의 엔화 가치가 30여 년 만에 최저로 주저앉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 일본이 돈을 계속 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달러 대비 엔화 약세로 이어졌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47.67엔을 기록해 1990년 8월 이후 32년 2개월 만에 최고(엔화 가치 하락)를 나타냈다. 엔화는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147엔대 중반에서 거래됐다.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로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에 5%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지만 일본은행(BOJ)은 이날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뜻을 재확인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8%, 10%인 미국과 유럽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절하다”면서도 “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회복 중인 미국과 비교해 일본 경제의 회복 속도는 늦다”고 진단했다. 또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신선식품을 제외하면 2.8% 수준으로 내년에도 2%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 목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을 위해 금융 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정반대로 가는 일본의 통화정책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모하메드 아파브하이 아시아태평양 투자전략부문장은 “미국이 긴축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엔·달러 환율이 160엔이나 그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심지어 185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환율이 치솟자 시장은 당국의 추가 개입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구로다 총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 변동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변동에는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구두 경고를 이어갔다. 일본 외환 당국은 지난달 22일 환율이 145.90엔까지 오르자 2조 8400억 엔(약 27조 8600억 원)을 투입하며 24년 만에 시장에 직접 개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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