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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국가 명운 거는 美…한국은 어디쯤 있나[이태규의 워싱턴 인사이드]

트럼프, 2주 새 2번 AI 현장 방문

28쪽 액션플랜에 90개 계획 총망라

취임 후 AI 행정명령만 13건

관세협상 설움 韓, 결국 첨단 기술이 돌파구

국가 명운 건 AI 대책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23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관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어느 나라나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그 자체로 국정운영의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대통령이 조선소를 방문하면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준다는 뜻으로 읽히고, 노동 현장을 방문하면 근로자 권익을 우선적으로 살피겠다는 국정철학을 대외에 공표하는 행위가 된다.

한미 관세 협상 진행 소식에 묻혀 국내에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일정이 있었다. 바로 이달 23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경쟁 승리’라는 행사였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열린 ‘에너지 혁신 서밋’에 참석한 지 1주일 만이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1주일 새 두 번이나 AI 관련 행사에 다녀갔다”며 “AI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적인 정책 목표라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미국의 AI 액션플랜’을 들여다보면 AI가 전 세계 패권 경쟁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미국이 AI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에서 “AI 분야에서의 혁신은 글로벌 권력 구조를 재편하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우리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혁신의 모든 잠재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AI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는 말이다.

28쪽 분량의 액션플랜에는 미국이 AI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90개 이상의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다. 규제를 혁파해 AI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풍부한 에너지 인프라로 AI 발전의 속도를 높이며 미국식 AI 표준을 전 세계로 확산해 세계를 미국 AI에 중독시키겠다는 게 큰 줄기다. 이를 위해 업계로부터 AI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한 민원을 받는 창구를 개설한다. 법 규제부터 행정명령, 행정 지침까지 AI 발전에 방해된다고 판단되면 이를 수정하거나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 또한 ‘AI 기술 습득’으로 잡고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에 ‘미국의 AI 리더십을 막는 장애물 제거’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지금까지 총 13건의 AI 관련 행정명령,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업계에서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해 지금 당장 전력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환경 규제를 없애고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10개 착공하겠다고 했다.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예산 낭비’라고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에 반도체 세액공제 비율이 당초 25%에서 35%로 올라가는 데도 사실상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일방적인 무역 협상 방식에 고충을 겪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미국에서 보내온 짧은 e메일 한 통에 출국 시간 한 시간을 앞두고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국가 안보 수장(대통령실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까지 와서 카운트파트너와 만나지도 못했다. 당장은 관세 협상이 발등의 불이지만 결국 힘이 있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힘은 첨단기술·첨단산업에서 나온다. 그동안 반도체와 배터리가 버팀목이 됐지만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울산에서 열린 ‘SK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AI 인력 양성과 에너지, 규제 혁파 등의 행동 계획을 총망라한 미국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우리 수준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그나마 글로벌 AI 경쟁에서 같이 뛰기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달 나올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AI 관련 주요 계획이 담긴다는 소식이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제대로 싸울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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