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거책의 수상한 행동을 포착하고 경찰에 신고해 체포를 도운 시민의 사연이 전해졌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터미널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60대 A씨는 지난 7월 15일 오후 12시30분께 수상한 광경을 포착했다. 전동휠체어를 탄 남성이 그 자리에서 수십 분간 누군가와 통화하던 것이다.
A씨는 “요즘 사람들은 통화를 많이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30분이 지났는데도 계속 전화를 붙들고 있더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하지만 남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씨가 전동휠체어에 다가가 살펴보니 다량의 현금이 든 봉투가 뒷좌석에 놓여 있었다.
A씨는 “요즘 현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현찰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다니니 순간적으로 느낌이 왔다”며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직접 근처에 있던 곤지암 파출소를 들러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모자를 쓴 남성 B씨가 남성에게 다가가 현금 봉투를 받아 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러나 때마침 골목 입구에 트럭이 정차하자 시야가 막혀 유유히 빠져나가는 B씨가 가려졌다. A씨는 B씨를 놓칠까 우려했지만, 출동한 경찰에게 “모자를 쓴 사람이 보이스피싱범”이라고 알리며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사기와 사기방조 혐의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B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A씨 덕분에 검거에 성공한 경찰은 피해 금액 1500만 원을 전부 되찾아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B씨가 속한 조직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현금을 가로채려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 보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피싱 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으로,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경찰의 캠페인이다.
A씨는 "주변 이웃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서로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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