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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중국' 외국인투자 유치해야 하는데…기업하기 나쁜환경이 막는다[뒷북경제]

'프렌드쇼어링' 추세에 '차이나 엑소더스' 가속화

中 외투 그린필드 기준 1195억달러→60억달러

중국 투자 유럽기업 중 '탈중국' 고려 업체도 23%

'킹달러' 안정화 위해서도 외국인 투자유치 필요한데

투자유입 9% 늘 때 해외투자는 2배 이상 늘어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방국 간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의미하는 ‘프렌드쇼어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공개된 애플 아이폰14의 물량 일부는 인도와 베트남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아이폰을 중국에서 생산하던 애플도 결국 두 손을 든 상황입니다. 애플의 사례는 중국 엑소더스가 글로벌 산업계의 거대한 흐름이며 이는 이제 시작일 뿐임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급감하는 추세입니다. 2018년 1195억 달러(그린필드 투자 기준)에서 올 2분기 기준 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단순 계산해 연간 기준으로 올 외국인직접투자가 120억 달러라고 가정하면 4년 새 10분의 1토막이 난 셈입니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 내 기존 공장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고 신규 투자도 아예 배제하다시피 한다는 의미입니다.



차이나 엑소더스는 우리에게 새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중국을 떠나는 외국 기업의 4분의 1만 끌어와도 한국이 아시아의 투자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며 “우수한 인재, 지식재산권 침해 우려가 없는 공정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등 인프라망이 (해외 기업에) 투자 메리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는 ‘킹달러’ 현상 속 달러 수급 확충을 통해 외환시장의 단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환율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투자 유입을 지금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문제는 아시아 투자 허브로 도약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 유연성, 높은 세율 등을 손 봐야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소모적인 정쟁에 혈안이 된 정치권은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서 린치핀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다”며 “해외 기업이 한국에 많이 들어올수록 글로벌 산업계에서 우리의 입김이 강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결 낮출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미중 갈등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중국의 투자 매력도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주중 EU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유럽 기업 중 다른 나라로 투자 변경을 고려하는 업체의 비율이 2018년 11%에서 올해 23%로 뛰었습니다. 4년 만에 12%포인트나 증가한 상홍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접해 있고 다른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중국 내 투자를 줄이거나 망설이는 글로벌 혁신 기업을 유치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싱가포르처럼 모든 국가의 기업이 모이는 비즈니스 허브가 되면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되고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며 “수출을 늘리는 국제화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최고의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게 진정한 국제화”라고 지적했습니다.



답답한 대목은 우리나라가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아시아에 지역본부가 있는 글로벌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시아 거점 후보지로서 한국은 싱가포르·일본·홍콩·중국에 이어 5위에 그쳤습니다. 아시아 거점 후보 1순위로 한국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3.3%로 싱가포르(32.7%)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중국의 자동차 도로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규모보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훨씬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FDI 규모는 2015년 159억 5000만 달러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174억 5000만 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한마디로 종종걸음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규모는 2015년 303억 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66억 3000만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을 잡기 위해서라도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해외투자 유치는 외화 유입으로 이어지고, 끝을 모르고 내려가는 원화 가치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온쇼어링(해외 기업의 자국 유치나 자국 기업의 국내 아웃소싱 확대) 움직임 와중에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상하이 테슬라 자동차 매장. 연합뉴스


워낙 원·달러 환율 급등이 우리 경제에 아킬레스건으로 인식되다 보니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이슈까지도 달러 수급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정도입니다. 역으로 보면 해외 기업의 국내 유치는 달러 수급에 단비가 됩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위상과 유통량이 많지 않은 만큼 국내에 설비 등을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국내 파트너사와 손을 잡지 않는 이상 달러 베이스로 투자할 확률이 높다”며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할 때 달러를 현지 조달하는 사례가 많은 것과는 상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대만의 웨이퍼 업체 글로벌웨이퍼스의 투자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당초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집요한 설득 끝에 결국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웨이퍼스의 미국 투자 규모가 7조 원대”라며 “정치인들 가운데 이런 데 관심이나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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