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학개미들이 가늠한 ‘국민주’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바닥’이 각각 16만 원, 8만 원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저점이 15만 5000원에서 크게 무너지지 않아 개미들의 ‘저점 매수’가 성공적이었지만 카카오는 ‘찐바닥’이라고 믿었던 주가가 바닥을 뚫고 4만 원대까지 내려앉으며 저점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마저 큰 손실이 났다. 투자자들의 ‘바닥’ 관측이 언제나 적중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또 대표 국민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7만 원 붕괴가 개미들의 ‘저가 매수’ 신호였다는 분석이다.
18일 서울경제는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와 네이버·카카오 등 이른바 ‘국민주’로 꼽히는 세 곳의 기업을 골라 가격대별 매물 집중도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올 들어서만 각각 17조 5317억 원, 3조 1022억 원, 2조 1434억 원어치를 사들인 코스피 순매수 ‘톱3’ 종목이다.
우선 연초 대비 주가가 반 토막이 난 네이버의 경우 현재 주가 수준인 15만~18만 원 사이의 매물이 전체의 18.85%를 차지해 집중도가 가장 높았다. 주가가 20만 원 선(18만~20만 원)까지 밀렸을 당시 개인들이 네이버를 사들인 비중은 전체의 1.55%에 불과했으나 네이버 주가가 18만 원 아래로 내려앉자 매수세가 급격히 커졌다. 네이버의 이전 신저가 수준인 15만 5000원이 네이버의 ‘찐바닥’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20만 원이 붕괴된 직후에는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 추가 매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18만 원 이하의 주가에서는 적극적으로 저점 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올해 네이버 매물의 3분의 1이 30만 원 이상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동학개미들이 본전을 회복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역시 네이버의 사업 성장이 더디다며 네이버 주가의 추세적 반등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10월 이후 네이버에 대한 리포트를 낸 증권사 중 30만 원이 넘는 목표 주가를 제시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높아진 비용 레벨의 영향으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함께 끊임없이 신저가를 새로 쓰면서 우하향 중인 카카오는 8만 2000~8만 8000원의 매물대가 18.23%에 달해 가장 두터웠다. 또 이보다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높은 8만 8000~9만 5000원대의 매물 집중도도 17.81%에 달했다. 8만 원에서 9만 5000원 정도면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카카오의 주가는 추가 추락해 5만 원 이하로 내려앉았고 14일에는 4만 7300원까지 폭락했다. 저점 매수를 했던 가격대에서도 재차 반 토막이 난 데 가까운 셈이지만 5만 4000원 이하에서 카카오를 사들인 비중은 7.68%에 불과했다. 카카오 주가가 여기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추가 매수도 주춤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카카오 매수자의 61%가 주당 8만 원 이상에 사들여 이른바 ‘80층에 물린’ 투자자가 많다는 점에서 개미들의 추가 매수 의지 자체가 꺾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가도 데이터센터 화재 등의 악재가 겹친 카카오의 반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피해 보상안 규모보다 카카오에 대한 집중화 리스크 부각 및 플랫폼 산업 규제 가능성이 커진 점이 훨씬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달 카카오의 12개월 선행 목표가를 낸 13개 증권사 중 8만 원 이상을 제시한 곳은 3곳에 그쳤다.
끝으로 삼성전자는 ‘7만전자’ 붕괴 뒤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만 6000~6만 8000원에 올해 매물 중 17.15%가 집중됐다. 7월 이후 5만 원 중반대에서 6만 원까지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지금 수준이 바닥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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