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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첫 여성총리 멜로니, 직함에 '남성형 관사'를?

공식 직함에 남성형 관사 붙여…여성계 비판 이어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로마의 총리 관저에서 취임 후 첫 내각 회의를 주재하며 개회를 알리는 종을 울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가 된 조르자 멜로니(45)가 공식적으로 자신의 총리 직함 앞에 ‘남성용 관사’를 붙여 논쟁이 벌어졌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탈리아 총리실은 멜로니의 취임 후 첫 성명에서 공식 직함인 ‘프레지덴테 델 콘실리오(Presidente del Consiglio)’ 앞에 남성형 관사인 ‘il(일)’을 붙였다. 이탈리아어는 문법적으로 명사 앞에 성별에 따라 다른 관사를 붙인다. 원래대로라면 멜로니가 사용해야 할 여성형 관사는 ‘la(라)’다. 멜로니는 다음날에도 의회에서 남성형 관사로 자신을 지칭했다.

총리실은 언론사에도 동일하게 요구했고, 이에 따라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비롯한 일부 매체들도 멜로니를 호칭하며 ‘il’을 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멜로니의 요구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노동조합 우시그라이는 성명에서 “멜로니가 요구했다는 이유로 경영진은 직함 앞에 남성 관사를 써달라고 했다”고 밝히면서 “라이의 젠더 정책에 의하면 여성형 관사를 사용해야 할 때는 언제든지 그렇게 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기자에게도 남성형 관사를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라우라 볼드리니 전 하원의장도 비판에 동참했다. 그는 “최초의 여성 총리가 남성형 관사를 사용한다니. 이미 이름에서 자매(sisters)를 떼어낸 이탈리아형제들(Fdl) 정당 대표가 여성형을 사용하는 건 무리인가”라고 비꼬았다.

일련의 논쟁에 대해 이탈리아어 관리 기관인 아카메디아 델라 크루스카의 클라우디오 마라치니 회장은 여성이 맡은 직책에 여성 관사를 사용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는다면서도 "이념적이거나 세대적인 이유로 전통적인 남성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의 멜로니는 최초로 여성 총리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여성 할당제에 반대하며 성별이 아닌 성과에 따라 임원이나 고위직 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멜로니가 임명한 장관 24명 중 여성은 6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에 그쳐 그가 "여성에 반대하는 여성"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멜로니를 향한 여성계의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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