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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하려면 의원님 '인사값' 내야지"…수시로 돈 챙긴 이정근

이정근 공소장…정치인 등 10명 등장

靑비서실장·실세 장관 등과 친분 과시

청탁받으면 늘상 거액 요구…"밥값"

만남 주선 등 살제 청탁 성사되기도

금품제공자, 공공기관 수차례 찾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청탁을 빌미로 10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부총장의 공소장에는 그가 문재인 정부 장·차관급 인사와 민주당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을 과시해온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전 부총장은 청탁을 받으면 늘 유력 정치인에 대한 ‘밥값’, ‘인사값’ 등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서울경제가 확보한 2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이 전 부총장이 문재인 정부 고위급 인사 및 정치인 등과의 친분을 내세워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곳곳에 나온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1월 지인의 소개로 사업가 박모씨를 알게 됐다. 이 전 부총장은 박씨의 자금력이,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필요했기에 두 사람은 청탁을 매개로 친분을 이어갔다.

“중기부 장관을 언니라 불러” 인맥 과시


공소장에 따르면 두 사람 간 유착관계의 시작은 A중소기업창업투자사(A사) 인수 건이었다. 창투사 인수에 반대하는 감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그와 친분이 있던 이 전 부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이 전 부총장은 “A사 운용 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 자금이라서 중소벤처기업부 B장관을 움직여야 한다. (나는) B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관계”라며 인사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박씨에게 요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는 유력 정치인 C의원의 측근이고 대통령 D비서실장과도 친하다. C의원이 곧 당의 주도적 위치로 갈 것이니 내년에 있을 제21대 총선에서 서초구 공천은 따놓은 것과 다름없다”며 선거비를 지원해달라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의 말을 믿은 박씨는 같은 해 12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나 현금 2000만 원을 건넸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이 ‘밥값’이라며 수고비를 요구하자 박씨는 1000만 원을 추가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듬해에도 이 전 부총장은 “A사 인수가 잘 되면 B장관에게 인사 좀 해야 한다”며 박씨에게 1000만 원을 받아갔다고 한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대담해지는 요구…수시로 “돈 달라”


한번 거액이 오고가자 이 전 부총장의 요구는 점차 대담해졌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던 이 전 부총장은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들에게 인사를 해야한다”며 2020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박씨로부터 6000만 원을 받았다. 민주당 서초갑 후보이자 부대변인으로 임명된 같은 해 3월에는 박씨에게 “내 뒤에 C의원 이런 분들이 있다. 나중에 사업적으로 많이 도와줄 테니 스폰을 해달라”며 돈을 요구해 5000만 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 전 부총장은 그 무렵 “산업통상자원부 액체수소 에너지 기업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박씨의 부탁에 “산업통상자원부 E장관과 친하기 때문에 미팅을 잡아 줄 수 있는데, 장관급이니 1억 원 정도를 챙겨주면 바로 미팅 일정을 잡고 지원금도 받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전 부총장의 알선으로 박씨 측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과의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박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 용인스마트물류단지 인허가, 국토교통부 관련 조합원 모집 수수료 분쟁 등 해결을 부탁했다. 이 전 부총장은 “국토교통부 F장관과 편하긴 한데 금융감독원 쪽을 통해서도 해결해 보겠다”는 식으로 어떤 청탁이든 승낙한 뒤 늘 대가를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고위공무원·기관장 만남 주선하기도


이 전 부총장은 마스크 생산·수출 재개에도 입김을 발휘했다. 박씨는 유해성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마스크를 생산하다 식약처의 제조업무정비 처분을 받은 지인의 부탁을 받고, 또 다시 이 전 부총장을 찾아갔다. 이 전 부총장은 “G 전 식약처장과 친하다”며 해결 대가로 5억 원을 요구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 전 부총장이 나선 뒤 실제로 박씨 측은 2020년 5월 바이오생약국장, 의약외품정책과장, 화장품심사과장 등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을 만나 마스크 수출 관련 사항을 논의하기도 했다.

박씨는 2020년 4월엔 이 전 부총장에게 포스코건설 소유의 구룡마을 개발 관련 우선수익권 인수에 도움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전 부총장은 “D실장님이 도와주신다고 했다. 내가 F장관과도 친하고 포스코건설 법무팀도 잘 알고 있으니 선거가 끝난 후 인수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화답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D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보냈다.

이외에도 이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한국남동발전 수력발전기 납품 △한국수자원공사 태양광발전 설비 납품 △한국전력 자회사 발전소들의 임원 인사·납품 △경찰관 발령 등 청탁을 받았다. 그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H의원을 통해 청탁해주겠다”며 H의원에게 줄 5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금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청탁의 대가로 현금뿐만 아니라 자신이 골라둔 고가 명품 핸드백·운동화 등을 대신 결제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부총장의 부탁을 받은 H의원은 한국남봉발전 사장과 기업관계자와의 만남을 실제로 성사시켰다고 공소장에 적혔다. 공소장에 등장한 문재인 정부 고위급 공무원 및 민주당 소속 정치인만 10명에 이른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박씨와의 ‘부정한 거래’를 통해 총 1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봤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금품제공자도 수시로 공공기관 들락날락


금품제공자인 박씨는 이 전 부총장과 친분을 맺은 뒤 공공기관을 수시로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가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서 입수한 공공기관 출입현황에 따르면 박씨와 박씨의 아내 조모씨, 운전기사 정모씨 등은 2020년 3~7월 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을 8차례 방문했다. 박씨는 2019년 11월 월성원자력본부를 찾기도 했다. 정씨는 “박씨, 조씨와 함께 여러 공공기관을 다니며 인사 및 이권 등을 청탁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계좌에는 박씨와 청탁 대상자가 돈을 주고받은 거래내역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요청을 들어준 정치인들과 청탁이 성사돼 인사 등의 혜택을 받은 공무원 등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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