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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가 두 달에 한 번씩 스위스 바젤을 꼭 가는 이유 [조지원의 BOK리포트]

美 워싱턴 다녀온 지 19일 만에 스위스行

G20 회의 때와 달리 중앙은행 총재만 모여

정부 관여 없고 비공개라 속 터놓고 이야기

취임하자마자 BIS 이사 맡아 참석 불가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도착, 시중 은행장들과 만찬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5일 국제결제은행(BIS) 본부가 있는 스위스 바젤로 출국한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다녀온 지 불과 19일 만에 다시 떠나는 강행군이다. 특히 스위스 바젤을 방문한 것은 4월 취임 이후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6월 23~28일, 9월 9일~14일에도 스위스 출장을 다녀왔다. 사실상 2~3개월에 한 번꼴이다.

이 총재가 스위스 바젤을 수시로 방문하는 것은 BIS 회의 일정이 그만큼 자주 돌아올 뿐만 아니라 한 번이라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BIS는 1930년 헤이그협정에 따라 설립된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다. BIS 명칭에 결제(settlement)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전쟁배상금 결제 전담기구로 출발한 역사가 남긴 흔적이다. 지금은 중앙은행들이 모여 세계 금융 현안을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협의체가 됐다. 바젤Ⅰ·Ⅱ·Ⅲ 등 글로벌 은행 규제·감독 등을 제정하고 지급 결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스위스 바젤 BIS 본부. 사진 제공=BIS 홈페이지


BIS는 올해 5월 기준 63개국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는데 회원국들이 전 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9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1975년부터 옵서버 자격으로 부분적으로 참여하다가 1997년 1월 정식으로 가입했다. BIS에서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총재 회의를 비롯해 각종 위원회에 적극 참여한 결과 이주열 전 총재가 2018년 이사로 처음 선임되면서 발언권이 커졌다. 특히 BIS는 연 6회 총재 회의를 열고 세계 경제·금융 시장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하는데 여기만 참석해도 사실상 두 달에 한 번은 스위스를 갈 수밖에 없다.

BIS 총재 회의는 지난달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도 구성 국가는 물론이고 회의체 성격이 전혀 다르다. G20 회의는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성격이 짙다. 반면 BIS 총재 회의는 오로지 중앙은행만 참여한다. 정부에서 관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총재끼리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그만큼 내밀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다. 그랬기 때문에 이주열 전 총재는 임기 중 미국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빠져도 BIS 총재 회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 왔다.

올해 5월 기준 BIS 이사회 구성. 사진 제공=한은




특히 이창용 총재는 취임과 동시에 BIS 이사로 선임된 만큼 회의 참석이 중요하다. BIS의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당연직 이사(6명), 지명직 이사(1명), 선출직 이사(11명) 등으로 이뤄진다. 당연직 이사는 벨기에·프랑스·독일·이탈리아·미국·영국 등 창립회원국 6개국의 중앙은행 총재고, 지명직 이사는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다. 한·중·일을 포함한 11개국 총재는 선출직 이사로 이사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선출된다.

이 총재는 취임 약 20일 만에 BIS 이사로 선임됐다. 이 총재의 이사직 선출은 전임 이주열 총재가 BIS 이사였기 때문에 단순히 이어받은 것이 아니라 이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가진 대표성과 함께 그동안 한은이 BIS 회의나 주요 현안에 참여한 점도 고려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이사 후보자의 통화정책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국제 활동 경험이 없는 등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이사 선임이 불발될 수도 있다. 그만큼 BIS는 이사 선임에 까다롭다. 한은 관계자는 “BIS 이사는 자동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이주열 전 총재나 이창용 총재 등 각 개인 베이스로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금융 위기 상황일 때 BIS에서 주요 대책이 나오다 보니 가능하면 회의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전 세계 경제·금융 전문가들도 IMF보단 BIS를 조금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는 “IMF는 사실상 미 연준과 논조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전망이나 분석이 간혹 틀릴 경우가 있지만 BIS 보고서는 나중에 되돌아보면 정확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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