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고, 결국은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붙잡고 소설을 썼던 것 같아요.”
제30회 소설 부문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언제나 우리 옆에 공기처럼 접하는 아주 많은 죽음 속에서 그런 생각을 이어가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대산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작을 선정·발표했다. 한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광주와 제주 4·3을 잇고 뒤섞으며 지금 이곳의 삶에 내재하는 그 선혈의 시간을 온몸으로 애도하고 ‘작별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나희덕 시인의 ‘가능주의자’, 한기욱 평론가의 ‘문학의 열린 길’, 한국화·사미 랑제라에르 번역가의 ‘백의 그림자(Cent ombres·원저자 황정음)’ 등이 부문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산문학상 희곡과 평론 부문은 격년제로 심사하며 올해는 평론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수상자에게는 각 5000만 원씩 총 2억 원의 상금을 준다.
한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고서 최근 1년 넘게 여러 이유로 글을 쓰지 못했지만 다음 소설을 향해 메모하고, 시작하는 몸과 마음 상태를 만들려고 운동하며 시동을 걸고 있다”며 “올겨울부터 써서 내년 가을이 돼야 신작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나 시인은 수상 소감으로 “코로나19 기간에 ‘자욱하고 흥건한 시대를 시는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내내 던지면서 ‘가능주의자’ 속 시들을 썼다”며 “언제부터인가 제 시에 삶보다 죽음과 시대적인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졌다. 여전히 세상은 힘들고 슬픔에 잠겨 있는데 상을 받는 것 자체가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수상작에 대해 “시집 제목에는 이 현실의 어두운 전망 속에서라도 희미한 빛을 찾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며 “손쉬운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현실 불가능성을 살아내며 거기에서 길어 올린 가능성을 뜻한다. 표제시에 ‘어둠의 빛’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어둠 자체에서 빛을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한 평론가는 “한류와 K문화가 주목받는 근저에는 한국 문학이 있다고 믿고 살아왔다”며 “한국 문학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20대 여성 등 젊은 독자는 문학을 소중히 여기고 있고 한국 소설과 시의 수준은 영미권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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