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하커 "0.5%P도 큰 인상폭"…최종 금리 눈높이 속속 낮아져

■美 인플레 둔화…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 유력

휘발유값 상승에도 인플레 냉각

주거비·월세 상승률도 떨어져

"의미있는 둔화 시작 방증" 분석

경기 연착륙 기대감 다시 고개

연준 내부선 "여전히 물가 높다"

섣부른 '정점론'에 경고 잇따라

미국의 10월 물가 상승률 둔화에 10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가 폭등한 가운데 트레이더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놀란 표정으로 태블릿PC를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계기로 시장은 이제 미국이 인플레이션의 가장 가파른 고개를 넘었다고 보기 시작했다. 이제 투자자들의 눈은 인플레이션을 넘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속도 조절과 최종금리 하향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CPI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연준의 최종금리가 5%를 훨씬 넘는 수준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의 빛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10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를 유지해 9월(0.4%)보다 오름세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시장 전망치는 0.6%였다. 중고차(-2.4%)와 의류(-0.7%) 가격이 하락했고 의료 서비스(0.5%) 상승률도 둔화했다. 반면 3개월 연속 가격이 내려 CPI를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던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10월 들어 4.0% 올랐다.

시장이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마켓워치는 “휘발유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인플레이션이 냉각됐다는 의미”라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휘발유 가격의 일시적인 변동을 넘어 의미 있는 둔화를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은 월간 기준 0.4% 하락했다.

CPI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 상승률이 둔화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10월 전체 주거비는 0.8% 올라 전월 상승률(0.7%)을 넘어섰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월에 하락(-1.0%)했던 호텔 이용료가 10월에 급등(5.6%)했을 뿐 세입자들의 월세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0.7%를 기록했다. 집주인의 자가주거비(OER)는 0.8%에서 0.6%로 줄었다. 2008년 주택 버블을 경고했던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은 “이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며 “현재 하락세를 보이는 주택 시장의 여러 지수가 CPI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은 주거비가 명백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던 품목들의 인상 폭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이 CPI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경직성물가지수(Sticky-Price CPI)는 10월 6.5% 상승해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직성 물가는 한 번 가격이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품목들을 모은 보조 지표로 상승세가 멈춘 것은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준의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확률로 환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서 12월에 0.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이날 CPI 발표 직후 90%를 넘겼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0월 근원 CPI 지표는 연준이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강력한 정당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는 이날 “앞으로 몇 달간 그동안의 누적된 긴축을 고려해 금리 인상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0.5%포인트는 여전히 큰 인상 폭”이라고 속도 조절을 지지했다.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투자회사 로이트홀드그룹의 짐 폴슨 수석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이제 시장의 관심이 인플레이션을 넘어 침체를 피할 수 있을까로 옮겨간다는 것”이라며 “아마 연착륙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최종금리 전망이 낮아진 영향도 작용한다. 이번 주초까지만 해도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이 6%의 최종금리를 제시했지만 현재 선물 시장은 내년 5월 4.9%를 기준금리 정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날 하커 총재가 내부 행사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종금리에 대해 “4% 위쪽, 약 4.5%가 되면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잠시 중단하고 싶다”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시장 전망보다 오히려 낮은 목표금리다.

다만 다수의 연준 인사는 CPI에 고무된 시장의 반응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은 총재는 “금융시장과 경제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더 잘 평가하기 위해 조만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속도를 늦추는 것이 완화적 정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성급한 ‘정점론’에 대한 경고도 내놓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는 “약간의 밝은 부분을 봤지만 한 달 데이터가 승리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지적했으며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은 총재도 “여전히 불편할 정도로 최고점에 가깝다”며 10월 CPI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