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10년간 15만 명을 육성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연간 인력 공급 규모는 5000명 수준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3배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 충원, 강의실 확보, 실험 실습 장비 확충 등도 지금보다 3배가 돼야 하는데 단기간에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는 것이 교육 현장의 현실이다. 따라서 교육기관이 확보한 기존의 인원 및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효율적인 교육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
추가적인 인력 양성보다 효율적인 인력 확보 방법은 기존에 반도체 교육을 받은 인력 중에서 현재 기업에 근무하지 않는 인력을 다시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반도체 관련 전공 수업을 수강했기 때문에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하는 부담이 적다. 이러한 인력 중에는 반도체 분야를 전공하고 취업한 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많고 이들을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는 대학 동창생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만난 적이 있다. 이 친구가 다니는 회사는 재택근무를 허용하기 때문에 한 달 정도 우리나라에서 지내며 인터넷을 사용해 일을 한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많이 시행했고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는 현시점에서도 재택근무 혹은 유연근무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된다면 여성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 인력들이 희망하는 이상적인 일자리 환경 조사를 살펴보면 유연근무제 혹은 시간제 근무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력단절여성의 직장 복귀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감 부족이다. 반도체와 같이 빠르게 발전하는 산업 분야에서 수년간 경력이 단절된 경우 최신 기술에 뒤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회사에 취직하더라도 뒤떨어진 지식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상당 기간 훈련이 필요하며 이는 경력단절여성이 재취업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미국의 IT 분야 빅테크 기업들은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리턴십(returnship)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리턴십이란 리턴(return)과 인턴십(internship)의 합성어인데, 기존에 직장을 다니다가 경력이 단절된 인력들을 대상으로 직장 복귀를 도와주기 위해 인턴과 같은 업무를 통해 뒤처졌던 지식이나 기술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리턴십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일부 기업에서도 운영하고 있으나 미국처럼 활발하지 않으며 특히 IT 기업과 같이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리턴십 프로그램은 드물다.
우리나라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리턴십 프로그램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등에서 운영되고 있으나 산업체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리턴십의 중요 요소는 현장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와 같은 IT 인력을 위한 리턴십 프로그램은 전문가들에 의한 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에서 직접적으로 리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 리턴십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차선책으로 반도체 관련 교육기관에서 리턴십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직장인을 대상으로 부족한 반도체 지식을 가르치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리턴십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면 직장에서 필요한 훈련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리턴십 훈련이 끝난 인력은 곧바로 취업이 되지 않더라도 교육기관이 운영하는 강의·실습 및 경진 대회 등 프로그램의 조교 등으로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리턴십 훈련을 마치고도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여성 인력의 활용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저출산을 개선하는 데 좋은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 중에서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리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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