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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빨라진 기후 위기 시계

박성규 디지털전략·콘텐츠부 차장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최근 제주도를 찾았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커피숍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제 제주도 내 3300개 카페 중 280곳만 프랜차이즈 커피숍인 것으로 알려졌다. 10%가 안되는 수치다.

매출 걱정을 하는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많을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커피숍들이 즐비한데 굳이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을 이유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의 우려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2일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제주와 세종에서 시행되기 때문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 사용 시 소비자에게 300원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할 때 돌려주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운데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자다.

이 제도는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되살아났다. 일회용 컵 사용 급증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 기후위기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약 7억 8000만 개(2017~2019년 평균)에서 약 10억 2000만 개(2021년)로 확 늘었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가만히 뜯어보면 실효성에도, 진정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당초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올해 6월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가맹점주들의 비용·업무 부담이 우려된다며 반년이나 미뤘다. 그럼에도 일단 두 곳에서만 시행하기로 했다. 커피숍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수도권이 빠지면서 대상 매장은 전국 3만 8000여 개에서 580여 개로 대폭 줄었다.



시범 지역으로 수도권이 아닌 제주를 선정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제주도가 관광지인 점을 감안했다고 한다. 탈플라스틱 섬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대상은 불과 280곳에 그친다.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차 반납 제도도 당초 계획과 달리 빠졌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2002년 이미 시행된 바 있지만 당시 컵 회수율이 30% 수준에 그치면서 7년 만인 2009년 폐지됐다. 환경 단체들은 A 사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을 B 사에서 반납할 수 있는 교차 반납 제도 미시행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실패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참여 지역이 넓어지면 교차 반납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증금제 전국 시행과 교차 반납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일회용 컵을 모두 표준 용기로 바꾸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환경부의 논리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률 개정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비판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달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 조치가 시행됐다. 2019년 대형 매장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한 후 처음으로 사용 제한 일회용품을 늘리는 조치다. 탈플라스틱을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인 셈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시행을 불과 20여 일 앞둔 이달 1일 갑작스럽게 1년의 계도 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취지가 크게 훼손됐다. 어떤 정책이든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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