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내년도 예산안의 단독 처리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안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기더라도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9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단독 처리될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첫 예산은 169석의 민주당 앞에 힘도 써보지 못하고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도 인정되지 않아 현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민주당 예산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9일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며 “(예산 합의가) 안 되면 준예산으로 가자는 태도를 보이는데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경찰국 예산이나 초부자 감세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 ‘민주당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며 단독 처리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이 여당과 예산안 합의가 안 되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빼고 ‘감액 수정안’을 제출해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고 감액 예산이더라도 세입·세출 원칙을 훼손해 ‘정부 편성권’을 침해하는 적법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걸 하겠다는 말은 결국 법정 예산 처리 기한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포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도 모자랄 판에 불과 3일 전 합의해놓은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를 깼다”며 야당에 책임을 물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당의 단독 예산 처리는)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데 상대를 악마화하는 두 정당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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