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축소하고 출시 시기도 2026년으로 1년 늦추기로 했다. 개발 과정에서 당초 목표로 한 운전대와 가속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실현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자 기존의 개발 계획을 손 보기 시작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의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인 ‘타이탄’이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그간 자동차 회사들이 달성하지 못한 최고 단계의 완전 자율주행기술인 레벨5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5년을 애플카 출시 목표로 정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 경영진이 운전대나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에 대한비전이 현재의 기술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운전대와 가속페달이 있고 고속도로에서만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지원하는 차량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속도로에서 영화 감상이나 게임 등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차량을 개발하고, 도심 주행에서는 악천후 등 비상상황 발생시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수동 모드 전환 기능도 장착할 계획이다. 일단 북미 시장에서 해당 기술을 선보인 뒤 개선 작업을 거쳐 다른 국가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기술 수준이 낮아진 만큼 가격도 인하될 전망이다. 당초 애플은 애플카의 가격을 12만 달러(1억6000만 원) 이상으로 책정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10만 달러를 밑도는 선에서 가격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테슬라의 모델S나 메르세데스-벤츠의 EQS와 유사한 가격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8년째에 접어든 애플카 프로젝트는 최근 몇 년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핵심 인력들이 연이어 이탈한 데다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과의 생산 협력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카 프로젝트가 애플의 또 하나의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아이폰 제조사로서의 한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했다.
애플카 외에도 최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도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아르고AI가 폐업을 결정했다. 아르고AI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던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이 투자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당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여전히 먼 미래”라며 “그 기술을 반드시 직접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나스닥에 데뷔한 미국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는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170억 달러로 평가됐다. 이는 1년 전 인텔이 모빌아이의 IPO 계획을 밝히며 제시한 기업가치 500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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