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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여행허가 장벽…동남아 관광객 내쫓아"

■여행업계 'K-ETA' 불만 고조

온라인등록제 '입국불허' 늘고

한국어·영어만 가능…비용 비싸

업계 "사실상 비자나 마찬가지"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들로 다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시아인들의 한국방문 관광을 취급하는 국내 A여행사 B사장은 최근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여행사에서 100명의 기업 인센티브 한국관광 여행을 추진했는데 국내 입국에 필수적인 전자여행허가(K-ETA) 신청에서 무려 20여명이 ‘불허’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화가 난 해당 여행사에서는 여행지를 일본으로 바꾸었다. B사장은 “이번 뿐만 아니라 요즘 K-ETA 때문에 한국여행을 못 간다는 해외 패키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C여행사의 D사장도 “최근 가족 중에 엄마와 딸은 허가가 났는데 아빠는 불허가 나와 한국방문을 취소한 말레이시아 가족이 있었다”며 “싱가포르에서도 철자입력 잘못 등으로 불허를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1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의 해소와 함께 글로벌 여행 규제가 풀리면서 세계 각국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쏟아붇고 있지만 유독 한국은 K-ETA라는 새로운 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행업계는 앞서 지난 10월 여의도 대규모 시위에서도 K-ETA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K-ETA는 기존 무사증(무비자) 입국 대상 112개 국가의 국민들이 한국을 여행할 때 의무적으로 사전에 모바일이나 홈페이지에서 여행 관련 정보를 등록하고 허가를 받게 한 제도다. 신청한 후 ‘불허’ 판정이 나오면 한국 입국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준(準)비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K-ETA는 지난해 9월에 처음 시행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해소와 함께 최근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덩달아 문제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중국 대신으로 방한 관광에 공을 들이는 동남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함께 싱가포르, 브루나이, 태국이 무비자 국가로 K-ETA 적용 대상이다. 최근 K-ETA ‘불허’는 말레이시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사장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차별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여행 관련 한 전문가는 “이제까지 무비자로 들어왔던 국민들에게 새로운 규제를 내놓은 것이 한국 관광산업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며 “절차도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까다로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K-ETA 자체의 시스템 미비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신청시 글자가 한국어와 영어 뿐이라서 동남아 등 비영어국가에서는 불편하다는 것이다. 사진 규격이나 철자가 틀릴 경우에도 불허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한 개인별로 신청 절차를 진행해야 해 단체 대상 여행사들의 업무량도 크게 늘었다. 1인당 신청비 1만원도 부담이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주로 국제회의나 기업인센티브 관광 등 마이스(MICE) 단체를 받는 여행사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한 스키장에서 동남아 관광객들이 스키를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불법체류 등 불법행위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 위해서 K-ETA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최근 자료에서 특히 K-ETA가 제주도에서 불허율이 전체의 1.5% 내외라고 밝혔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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