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잘 가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좋은 거 많이 보며 안전하게 가야 한다.”
“이게 웬 일이냐. 우리 아들이 죽은 후로 조계사에 몇 번을 왔는지 모른다. 이제 어떻게 살까.”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위령제(49재)에 참석한 희생자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희생자의 위패와 옷가지(종이 옷)를 태우는 ‘소전 의식’이 끝난 뒤 유족들은 부처님을 향해 희생자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고 곳곳에서 통곡이 터져나왔다. 유족들은 서로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주며 여전히 아물지 않은 마음을 위로했다. 의식이 다 끝난 뒤에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울부짖으며 활활 타는 불꽃 앞을 떠나지 못하는 유족들도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이태원 참사 49일째인 이날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를 봉행했다.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는 죽은 영혼이 좋은 곳에서 태어나기를 기도하는 ‘천도(薦度) 의식’이 열렸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도를 기록한 추운 날씨에도 유족들은 두터운 옷을 챙겨입고 위령제에 참석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무대에는 유족 측이 참여를 희망한 영정 67위와 위패 78위가 모셔졌고 조계종 어산종장 화암스님이 의식을 진행했다. 희생자를 추도하는 158차례의 추모 타종으로 의식이 시작해 영정에 향을 모시는 헌향, 추모사, 유족들의 헌화, 영가의 위패와 옷가지(종이 옷) 등을 불로 태워 영혼을 보내는 ‘소전 의식’ 등이 이뤄졌다.
이수민 조계사 청년회 회장은 “꽃 같은 그대들을 떠나보내는 길에 우리 모두의 마음은 깊이 아팠습니다. 그날 그곳에 있던 것은 그대들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며 “우린 그대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모든 고통을 잊으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후 조계종 내빈과 유족들의 헌화가 진행됐다. 유족들은 줄을 지어 무대로 올라 흰 국화를 영정 앞에 놓으며 헌화했다. 헌화하며 돌아서는 유족들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가족을 부축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라는 자장가를 부르며 유가족 대표 인사말을 시작했다. 조 씨는 “지한이의 영정 사진을 쌌던 흰색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지한이가 신던 까만 양말을 신고 이 자리에 왔다”며 “사실 오늘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이 지나면 아이들이 이승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혀온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만큼은 아름다운 말만 하려 한다”며 희생자 유족들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고(故) 이지한 씨 아버지인 이종철 씨는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도 가족들과 놀며 웃으며 여행 다닐 수 있었는데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다. 분명히 살릴 수 있었다”면서 “참사 이후 너무 힘들었지만 잘못한 사람들의 진상 규명을 위해 밥도 잘 먹고 건강도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가는 길을 그나마 지켜보고 위로해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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