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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로 돌변…믿었던 기관, 올 15조 내던졌다

■美빅스텝 이후 기관 투자 행보

네이버 등 매수세 보이던 기관

FOMC서 '긴축' 전망 나오자

삼전·카카오 등 대형주 매도세

이틀간 총 7871억원 팔아치워

올 순매도 금액 外人보다 많아





헤어질 결심이라도 한 것일까. 연말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만 해도 순매수 행보를 보이며 ‘산타랠리’ 기대감을 키웠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종목 역시 성장주에서 기존 주도주인 태양광·방산·원자력발전 및 에너지 관련주를 담으며 안정성 강화에 나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35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전날에도 4371억 원을 팔아치운 바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10거래일 동안 2400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변심한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있었다. 산타랠리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FOMC에서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매몰차게 돌아섰다. 미국의 소매판매가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나오는 등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어진 것도 이유다. 약세장 진입 시점이 연말이며 현재 시점이 약세장의 초입이라는 부정적인 분위기도 심화됐다.

매수 종목도 180도 달라졌다. FOMC 전만 해도 성장주를 주워 담았다.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기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네이버(1226억 원)였다. 하이브(352820)(837억 원), 카카오(035720)(613억 원)도 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FOMC에서 최종금리 전망이 인하되거나 비둘기파 발언이 나왔을 경우 주가가 크게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던 종목이다. 기관은 산타랠리가 진행된다면 수혜 가능성이 컸던 삼성전자(005930)(767억 원)나 중국 관련주인 LG생활건강(051900)(824억 원)에도 투자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돌변하자 삼성전자(-2619억 원)와 SK하이닉스(000660)(-577억 원) 등 반도체뿐 아니라 그간 매수세를 집중했던 대형 성장주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틀간 카카오(484억 원), 네이버(391억 원), 카카오뱅크(323410)(341억 원), 카카오페이(377300)(203억 원)에 수백억 원대의 매도세가 몰렸다. 대신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두산에너빌리티(034020)·한국항공우주(047810) 등 매크로 상황과 무관한 경기방어주를 주워 담았다.

기관은 올해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았다. 총 15조 3034억 원(유가증권 12조 7023억 원·코스닥 2조 6011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10조 1375억 원)보다 50% 더 많다.

변심한 기관도 할 말은 있다. 올해 장 마감을 2주 정도밖에 남기지 않은 가운데 금융투자세 유예처럼 투자 방향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명확히 결정되지 못했다. 한중일 증시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11월 외국인 증시 매수 여파로 상승세를 이어가 숨 고르기 시점인 점도 배경이다. 한 기관투자가는 “기관이 운용하는 자금은 위탁 자금이라 어떤 의도를 가지기보다는 기계적으로 사고팔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한국 증시 투자 여건이 어려웠던 것”이라고 밝혔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 부장은 “현재 국내 기관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앞으로 약세장이 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월말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 상황과 수익률 등을 지켜보자는 보수적인 태도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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