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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 의원마다 유불리 갈려…與 TK·野 수도권은 '난색'

[득실 놓고 고민빠진 여의도]

여야, 개혁 필요성 공감하지만

지역구·당적따라 셈법 제각각

"완벽한 제도 아냐" 신중론 우세

실제 도입까지는 난관 많을 듯

"논의 시간 부족" 회의론도 고개

/ 서울경제DB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제 개편 방향으로 제안한 중대선거구제를 놓고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제도 개편 시 지역구와 당적마다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저마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선호도가 엇갈리고 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추진될 경우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영남 지역 여당 의원들이나 수도권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탓에 정치권이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기까지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20대 국회에서 몸싸움과 고성으로 선거제 개편을 통과시켰지만 결국 ‘위성정당’이라는 최악의 부작용을 낳았던 만큼 중대선거구제 개편 역시 장점은 키우고 부작용은 줄이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공개적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선거구제의 폐해가 (소선거구제보다) 더 크다는 점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증명됐다”며 “일본의 사례만 봐도 양당이 편하게 의석을 나눠 먹는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선거구제의 폐단이 많지만 중대선거구제 역시 단점이 있다”며 “완벽한 제도는 없다. 우리 정치에 가장 적합한 제도로 합의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개의 선거구에서 2~5명을 선출하는 제도다.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를 방지하고 민의를 상대적으로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 대표성이 약화된다는 문제가 있다.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의 기득권이 강한 경우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원활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지역구가 너무 넓어져 정치인과 유권자 간의 접촉이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을 지핀 중대선거구제 논의를 지켜보는 국민의힘의 표정도 복잡하다. 수도권에서는 “적대적 정치 문화를 극복할 계기”라고 반기고 있지만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표밭만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공천 인원과 순서가 중요해진다”며 “이를 두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개혁 동력을 제공할지도 미지수다. 수도권에서 의석을 대거 내줄 수 있다는 불안이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수도권 득표율 차이는 13%포인트가 채 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수도권 의석(121석) 중 85%(103석)를 싹쓸이했다. 50%만 넘기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혜택을 톡톡히 본 셈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중대선거구제를 (정치 개혁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역시 합의가 쉽지 않다. 20대 국회 선거제 개혁 과정에서 여야의 입장 차로 인해 도입이 좌절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농촌은 소선거구제,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방식의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반대했다. 상대적으로 농촌 지역구의 의석수가 많은 국민의힘만 유리한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만능열쇠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중대선거구제가 오히려 양당정치를 강화할 수 있는 데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도입 지역·선거구 조정, 중복 공천 여부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 단일 안을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반대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 역시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안정적으로 의석을 나눠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꺼내든 것이 선거 공학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거대 야당을 상대하는 것 못지않게 다수 여당을 통제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80~100석 정도의 정당이 3~4개 출현했을 때 대통령실의 국정운영이 더 원활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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