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해 구속된 이기영(31)이 4일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도 끝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씨는 이날 오전 9시께 두터운 패딩 점퍼에 달린 후드를 눌러 쓰고 마스크를 쓴 채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정문 밖에 설치된 취재진 포토라인에 섰다. 이 씨는 자신의 범행이 가족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 마스크를 벗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유족과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는 “무엇이 죄송하냐”는 추가 질문에 “제 살해 행각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검찰 송치 과정에서도 이 씨의 실제 모습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신상공개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이 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공개됐을 때 그의 실제 모습과 다르다는 증언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이 씨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날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당초 동거녀와 택시 기사에 대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이 씨가 택시 기사를 살해할 당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정황이 고려돼 강도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강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이 가능해 죄가 더 무겁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에도 이 씨에 대한 추가 범죄 수사와 동거녀 시신 수색을 이어간다. 특히 이 씨의 파주시 집 등에서 확보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검출된 남성 1명, 여성 3명의 DNA 신원 대조 작업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또 전날 오후부터 이날에도 이 씨 동거녀 시신의 매장지로 추정되는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