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 대책으로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 부동산 시장에 가해진 ‘대못’ 규제를 없애면서 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1군 건설사들은 전날 정부가 분양시장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발표한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과제를 접한 이후 올해 상반기 분양을 준비하는 사업장의 일정을 조정하고 나섰다. 규제지역 해제는 오는 5일 0시부터 곧바로 적용되는 사항으로 이미 정해진 분양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최대 10년(수도권 택지)에서 최대 3년으로 줄어드는 전매제한 기간이나 중도금대출 보증의 분양가 기준 폐지 등 변경된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전날 발표한 1.3 부동산 정책의 주요 내용은 분양 성패를 가를 정도로 폭발력이 있다”며 “금리 추가 인상이란 악재가 남아있지만 긍정적인 의미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분양일정을 미루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당초 올해 3월 분양이 예정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대치 구마을 3구역)’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에 이어 수혜를 입을 단지라고 입을 모은다. 이곳은 서울 강남구여서 규제지역에 해당하지만 국민평형(85㎡) 분양가가 2년전에 이미 11억원대(대치 푸르지오 써밋)였기에 이번 정책을 계기로 중도금대출이 가능한 단지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미 분양에 돌입한 단지 중에서도 무순위 청약의 길이 확대돼 ‘완판’을 기대하는 곳도 있다. GS건설이 공급 중인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와 경기도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등은 지난해 12월 진행한 1·2순위 청약에서 기대보다 낮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유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을 넣을 수 있게 바뀌며 미분양 가능성은 낮아졌다. 특히 이들 단지는 규제가 풀리기 전, 흥행을 위해 중도금대출 금리보장제나 중도금 후불제 등을 도입한 만큼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다소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분양이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두 차례 기준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상황 탓이다. 입지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들은 정부의 규제완화에도 미분양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정부가 서울과 경기도 4개시만 남기고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을 때 확인된 흐름이다. 지난해 12월 청약을 접수한 인천 중구 운남동 ‘영종 오션파크 모아엘가 그랑데’는 모든 면적에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며 분양가상한제 지역임에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 단지였지만, 일반공급 558가구를 모집하는데 단 86명(0.15대 1)만 통장을 던졌다. 해당 단지 84㎡ 분양가는 5억 원 수준으로 인근 ‘e편한세상영종하늘도시’ 84㎡의 매매가격 4억 원(11층)보다 1억원 가량 비싸 규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도 흥행에 실패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1·3 부동산 대책에서 밝힌 정책들이 도입되면 청약을 넣는 이들이 작년 말보다는 2, 3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서울에서는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청약 인기가 다소 회복될 수 있지만, 결국 가격과 입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축 매매 시장도 다소 변화할 수 있다. 이번에 국토부가 처분 조건부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에 대한 기존주택 처분의무를 폐지하면서 최근 시장에 쏟아졌던 초급매 매물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8년 12월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1주택자도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청약에 당첨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소급 적용해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2주택을 유지할 여력이 있어도 그간 기존주택을 과거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도해야만 했는데, 이는 시장에 풀린 초급매 매물의 주 원인으로 꼽혀왔다. 처분의무 대상자였던 한 당첨자는 “내놓은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만 매수 문의가 와서 너무 힘들었는데 한시름 놨다”며 “현재 시세에 만족할 수 없어 그냥 전세로 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첨자도 "기존주택은 매도를 하지 않고 아들에게 증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청약시스템 정비를 거쳐 개선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금 집값도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높고, 부담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은 확고하다”며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파격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를 꺼내든 것에 대해 원 장관은 “정책 목표 대상이 빨리 움직이면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 속도와 강도에 대응하는 과정”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급격히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에, 경착륙을 막기 위한 완화책을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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